[이슈분석] 오바마 “눈에는 눈”… 북미관계 다시 얼음장

입력 2014-12-22 02:31 수정 2014-12-22 10:28
한때 해빙 조짐이 있다는 분석이 나오던 북한과 미국의 관계가 급격히 얼어붙고 있다. 미국 정부가 소니영화사에 대한 해킹의 배후에 북한이 있다고 공식 발표하면서다. 특히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19일(현지시간) 기자회견에서 북한에 대한 강력한 ‘응징’을 다짐하면서 북·미 간 대화 등 유화조치 가능성은 이미 물 건너갔다는 지적이다.

이것은 백악관 등 미 행정부가 이번 사건을 한 민간기업에 대한 해킹 정도가 아니라 미국 헌법에 명시된 ‘표현의 자유’를 침해한 중대한 국가안보 사안으로 보고 있음을 뜻한다. 오바마 대통령은 구체적 방법은 거론하지 않은 채 ‘눈에는 눈, 이에는 이’ 식의 맞대응을 의미하는 ‘비례적 대응’을 천명했다. 게다가 미국 상하원 외교위원장 등 의회 지도부가 북한에 대한 강력한 대응을 요구해 오바마 행정부는 조만간 보복 조치를 실행할 것이 확실시된다.

미국의 대응 조치와 관련, 북한 주요 기관·군사시설에 대한 사이버 공격, 추가 금융제재, 한국 주둔 미 군사력 증강 등이 거론되고 있지만 현재로선 북한을 테러지원국으로 재지정하는 방안이 가장 유력하다.

국무부는 1979년 수출관리법 6항, 1976년 무기수출통제법 40항, 1961년 외국원조법 620항에 따라 테러지원국을 지정할 수 있게 돼 있다. 지정 요건은 테러 조직에 대한 기획·훈련·수송·물질 지원, 직간접적 금융 지원 등이다. 그러나 구체적인 지원 활동의 형태나 수위 등이 적시돼 있지 않아 대통령이나 국무장관의 정치적 판단에 따라 결정할 여지가 크다는 게 워싱턴 소식통들의 설명이다.

북한은 1987년 11월 김현희가 연루된 대한항공(KAL)기 폭파 사건으로 이듬해 1월 테러지원국 명단에 올랐으나 부시 행정부는 북한과의 핵 검증 합의에 따라 2008년 11월 테러지원국 명단에서 북한을 삭제했다. 현재 미국에 의해 테러지원국으로 지정된 나라는 쿠바 이란 시리아 수단 4개국이며 이 중 쿠바는 미국이 국교 정상화 추진에 따라 해제될 가능성이 있다.

미국이 북한을 테러지원국으로 재지정하면 무역, 투자, 원조, 국제신용, 금융거래에서 후속 제재가 뒤따르게 된다. 하지만 북·미 간 교역 규모가 워낙 미미한 데다 북한이 이미 강도 높고 폭넓은 제재 하에 놓여 있다는 점에서 그 효과는 상징적일 것으로 보인다. 그럼에도 북한으로서는 최근 인권 문제에 대한 국제사회의 비판론이 고조된 상황에서 테러지원국이라는 오명까지 씌워지게 될 경우 국제적 고립이 더욱 심화할 수밖에 없다.

다만 현재 미 법률에서 ‘테러’는 물리적 폭력(violence)을 의미하는 것이어서 사이버 공격이 이 범주에 포함되지 않는다는 반론도 있다. 때문에 북한을 테러지원국으로 지정하기 위해서는 테러의 개념에 사이버 공격도 포함시키는 등의 법률 정비가 이뤄져야 한다는 지적이다.

워싱턴=배병우 특파원

bwbae@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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