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내년 5월 모스크바에서 열릴 예정인 제2차 세계대전 종전 70주년 행사에 박근혜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노동당 제1비서를 함께 초청했다. 과거 아버지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이 행사에 한 번도 참석하지 않았다는 점을 감안하면 김정은이 초청에 응할 가능성은 그리 높지 않다. 하지만 그가 참석할 경우 ‘모스크바 남북 정상회담’이 성사될 수도 있기에 국제적 관심사로 부각됐다.
우리 정부로서는 모스크바에서의 박근혜-김정은 회담이 결코 나쁘지 않다. 이명박정부 첫해인 2008년 이후 무려 7년간 꽁꽁 얼어붙은 남북관계를 해빙시키는 절호의 기회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박 대통령은 취임 이후 동북아 평화구상, DMZ 평화공원 조성, 통일 대박론, 드레스덴 선언 등 갖가지 대북정책을 내놓았지만 북의 호응을 받지 못하고 있다. 남북 고위급 접촉조차 성사되지 않고 있다. 이런 때 남북한 정상이 자연스럽게 회동할 수 있는 기회가 있다면 적극 살려나가는 게 옳다.
세 번째가 될 향후 남북 정상회담은 두말할 필요도 없이 한반도 안에서 갖는 것이 좋다. 그러나 김정은의 남한 방문은 현실적으로 여의치 않다. 그렇다고 남한 대통령이 세 번 연이어 방북하는 것도 좋은 모양새가 아니다. 그런 점에서도 모스크바 정상회담을 우리 스스로 배제할 필요는 없다. 거기다 김정은이 모스크바를 방문하게 되면 서방 지도자들과 회동함으로써 국제사회에 데뷔하는 기회를 갖게 된다. 이는 북한을 개혁·개방으로 이끄는 계기로 삼을 수 있다는 점에서 권장할 일이다.
김정은은 김정일과 달리 유럽에서 공부한 경험이 있는데다 30대 초반의 젊은 지도자여서 예상 밖으로 적극적인 행보를 할 수도 있다. 우리 정부는 그의 모스크바 방문이 성사될 수 있도록 외교적으로 도울 필요가 있다. 남북 정상이 만나 러시아-북한-한국을 연결하는 가스관 건설에라도 합의할 경우 남북 간 화해·협력에 획기적 진전을 이루게 될 것이다. 남북관계는 지나친 기대도 금물이지만 불가능한 쪽으로 예단해선 안 된다.
[사설] 모스크바 남북 정상회담도 나쁠 것 없다
입력 2014-12-22 02: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