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틴 “겁 안난다”… 추가제재에 러 강경모드로

입력 2014-12-22 02:04

미국 등 서방국가들이 루블화 폭락으로 금융위기에 내몰린 러시아를 추가 경제제재로 압박하는 가운데 블라디미르 푸틴(사진) 러시아 대통령이 강경 대응 입장을 밝히면서 양측의 긴장이 다시 고조되고 있다.

푸틴 대통령은 20일(현지시간) 모스크바 크렘린궁에서 열린 ‘정보요원의 날’ 기념행사에서 “누구도 우리를 겁줄 수 없고 러시아를 고립시킬 수 없다”고 말했다고 타스 통신 등이 전했다. 푸틴 대통령은 “국내 상황을 불안하게 만들고 러시아를 장악하려는 시도가 이뤄지고 있다”면서 “국제법의 규범은 무시되고 협박, 도발, 경제 압박 등 온갖 수단이 동원되고 있다”고 비난했다.

러시아 외무부도 격앙된 반응을 내놓았다. 외무부는 성명에서 “(러시아가 병합한) 크림반도에 대한 서방의 신규 제재는 연좌제에 해당한다”며 “민주주의 국가라고 자처하는 나라들이 21세기에 이런 방식을 이용한다는 사실이 슬프기 짝이 없다”고 비판했다. 알렉산드르 루카셰비치 외무부 대변인은 “미국과 캐나다 정부는 제재가 어떤 결과를 불러올지 생각해야 한다”고 경고했다.

러시아의 이런 반응은 전날 미국과 캐나다가 발표한 러시아에 대한 추가 경제제재 조치를 겨냥한 것이다. 버락 오바마 대통령은 행정명령으로 크림반도에 대한 투자나 금융 지원, 교역 등을 금지한다고 발표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러시아의 크림 병합을 인정하지 않는다는 미 정부의 입장을 명확히 하려는 취지”라고 설명했다. 미국과 더불어 캐나다도 러시아 원유·천연가스 개발과 관련한 수출을 금지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앞서 유럽연합(EU)도 20일부터 EU 회원국 기업의 크림반도 투자, 관광상품 판매를 금지하는 방안을 발표했다.

이런 가운데 중국은 러시아에 대해 필요하다면 경제적 지원을 할 것이라고 밝혔다. 왕이(王毅) 중국 외교부장은 20일 홍콩 봉황위성TV와의 인터뷰에서 “러시아가 필요로 한다면 우리가 해낼 수 있는 능력범위 내에서 필요한 지원을 제공할 것”이라며 “중·러 협력은 국제정세의 변화에 영향을 받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손병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