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정호는 달랐다… 포스팅액 亞 출신 야수 3번째

입력 2014-12-22 02:52
포스팅 시스템을 통해 미국 메이저리그 진출을 노리고 있는 넥센 히어로즈의 유격수 강정호가 21일 서울 목동구장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공을 들고 포즈를 취하고 있다. 연합뉴스

“메이저리그(MLB)에서 아시아 야수에 대한 편견을 깨고 싶다. 한국인 야수로는 내가 처음이기 때문에 책임감을 느낀다.”

포스팅 시스템(비공개 경쟁 입찰)을 통해 메이저리그 진출을 노리는 강정호(27·넥센 히어로즈)가 21일 서울 목동구장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새로운 도전을 앞둔 소감을 밝혔다. 넥센은 지난 15일 메이저리그 사무국에 강정호에 대한 포스팅을 신청한 뒤 20일 포스팅 금액 500만2015달러를 수용한다고 발표했다. 강정호의 포스팅 금액은 역대 포스팅 시스템에 참가한 한국 선수 중 류현진(LA 다저스)의 2573만7737달러33센트에 이어 두 번째로 높은 액수다. 그리고 아시아 야수로는 2000년 스즈키 이치로(1312만5000 달러), 2010년 니시오카 쓰요시(532만9000 달러)에 이어 세 번째다. 강정호의 포스팅에 응한 팀은 아직 공개되지 않았다.

강정호는 “포스팅 금액을 들었을 때는 액수보다 ‘진짜 가는구나’라는 느낌이 먼저 몸에 와 닿았다. ‘이제 시작이구나’라고 생각한다”고 소감을 밝혔다. 이어 “아시아 내야수가 메이저리그에서 대부분 안 좋게 끝났는데, 솔직히 부담이 된다. 내가 잘 해야 한국 야구에 대한 평가가 좋아져서 후배들도 갈 수 있기 때문에 정말 열심히 해야 할 것 같다”고 각오를 밝혔다.

이제 강정호에겐 연봉 협상이라는 또 다른 관문이 남아 있다. 앞서 김광현(26·SK 와이번스)은 포스팅이라는 1차 관문을 통과했지만 연봉 협상에서 합의를 이루지 못했다. 다만 강정호의 에이전트인 앨런 네로는 포스팅 마감 직전 계약기간 4년에 연간 500만 달러 수준의 연봉 요구 조건을 구단들에게 통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3년 계약을 하면 연간 550만 달러, 2년에 연간 600만 달러 등 유연한 조건인 것으로 전해졌다. 강정호는 “연봉 금액은 크게 중요하지 않다. 대신 꾸준히 빅리그 등판 기회를 줄 수 있는 팀이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현지에서는 강정호가 유격수로서 장타력이 있는 것은 높이 평가하지만 수비에 대해서는 다소 의문을 가지고 있다. 이 때문에 2루수 전향 이야기도 나오고 있다는 상태다. 강정호는 “처음 시작은 유격수로 하고 싶다. 하지만 팀 사정상 옮겨야 한다면 2루보다는 3루가 더 편해서 낫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피력했다. 이어 “내년 첫 시즌은 유격수로 뛰었을 때 2할6∼7푼에 15홈런 정도면 성공적이라고 생각한다”면서 “메이저리그에서 믿고 쓸 수 있는 선수가 되고 싶은데, 그러려면 올 겨울 체력 훈련 등 준비를 많이 하려고 한다”고 목표를 밝혔다.

포스팅 금액 발표 후 절친한 사이인 류현진과 만났다는 강정호는 “현진이 말로는 현지 투수들 공도 칠만하다는데, 아직은 내가 경험하지 못해서 잘 모르겠다. 현진이한테는 나 만나면 무조건 직구 던지라고 이야기 해뒀다(웃음)”면서 “강속구로 유명한 신시내티 레즈의 마무리 투수 아롤디스 채프먼의 공을 한번 쳐보고 싶다”고 기대감을 드러냈다.

장지영 기자 jyja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