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교수들이 올해를 되돌아보는 사자성어로 ‘지록위마(指鹿爲馬)’를 꼽았다. 사슴을 가리켜 말이라 한다는 뜻으로, 일부러 옳고 그름을 뒤바꾸는 상황을 비유하는 표현이다. 윗사람을 농락해 권력을 휘두른다는 의미도 담고 있다.
교수신문은 전국 교수 724명을 설문조사한 결과 201명(27.8%)이 올해의 사자성어로 지록위마를 택했다고 21일 밝혔다. 지록위마는 사기(史記) 진시황본기에 나온다. 진시황이 죽자 환관 조고가 태자 부소를 죽이고 어린 호해를 황제로 세워 조정의 실권을 장악했다. 이후 중신 가운데 반대파를 가려내기 위해 호해에게 사슴을 바치며 “좋은 말입니다”라고 했다. 호해는 “어찌 사슴을 말이라 하느냐”며 다른 신하들의 의견을 물었다. 조고를 두려워한 신하들은 대부분 “말이 맞다”고 했는데 일부만 “사슴”이라고 답했다. 조고는 사슴이라고 말한 사람을 기억해 뒀다가 죄를 씌워 죽였다.
지록위마를 추천한 곽복선 경성대 교수는 “2014년은 수많은 사슴이 말로 바뀐 해”라며 “온갖 거짓이 진실인 양 우리 사회를 강타했다. 사회 어느 구석에서도 말의 진짜 모습은 볼 수 없었다”고 했다.
정민 제주 한라대 교수는 “정치권의 온갖 갈등이 대통령의 눈과 귀를 가리고 대통령 스스로 사슴을 가리켜 말이라 일컫는 형국”이라고 설명했다.
지록위마 다음으로는 ‘삭족적리(削足適履)’가 많은 추천(170명·23.5%)을 받았다. 발을 깎아 신발에 맞춘다는 뜻으로 합리성을 무시하고 억지로 적용하는 상황을 일컫는다. 박태성 부산외대 교수가 “원칙 부재의 우리 사회를 보여준다”며 추천했다. 3위(147명·20.3%) ‘지통재심(至痛在心)’은 지극한 아픔에 마음이 있는데 시간은 많지 않고 할 일은 많다는 뜻이다. 세월호 참사를 겪은 한국사회를 설명하는 표현이다. 지난해에는 순리를 거슬러 행동한다는 뜻의 ‘도행역시(倒行逆施)’가 꼽혔었다.
임지훈 기자 zeitgeist@kmib.co.kr
‘指鹿爲馬’… 교수들이 뽑은 2014년의 사자성어
입력 2014-12-22 02:05 수정 2014-12-22 12: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