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룸에서-남혁상] 박 대통령의 2년 전 약속은

입력 2014-12-22 02:30

시계를 2년 전으로 되돌려 보자. 박근혜 대통령은 대선 승리 다음날인 2012년 12월 20일, 향후 5년간 대한민국호를 이끌 수장으로서의 첫 포부를 밝히는 자리에 섰다. 이른바 대통령 당선인의 ‘대국민 인사’였다. 박 대통령은 “18대 대통령 당선자로서 영광스러운 자리에 서게 된 것은 오로지 국민 여러분의 성원이 있었기에 가능했다”고 말을 꺼냈다. 그러면서 “국민 여러분의 다양한 의견을 수렴하고, 과거 반세기 동안 극한 분열과 갈등을 빚어왔던 역사의 고리를 화해와 대탕평책으로 끊겠다”고 다짐했다. 약속의 요지는 국민 대통합과 경제민주화, 국민행복이었다. 박 대통령은 국민들을 향해 “희망을 잃지 말고 일어서 달라”는 호소로 대국민 인사를 마무리했다.

2년이 흐른 지금 박 대통령의 당시 약속은 여전히 멀리 있다. 취임 첫해 국가정보원의 대선개입 의혹, 여야의 극한 대치 등으로 어려운 시기를 보냈던 박 대통령은 올해 초 신년 기자회견과 취임 1주년 담화를 통해 2년차 국정 청사진을 제시했다. 경제혁신 3개년 계획과 통일준비위원회 발족 등이 그것이다. 경제 살리기와 통일 준비를 양대 축으로 국정을 이끌어 간다는 것이 박 대통령의 구상이었다. 하지만 이런 집권 2년차의 국정 구상은 4월 세월호 참사와 6월 국무총리 후보자 연쇄 낙마, 이후 세월호 특별법을 둘러싼 여야 대치로 유야무야됐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현재 상황은 어떤가. 첫 여성 대통령을 탄생시켰던 대한민국은 아직도 많은 사회적 갈등과 혼란 속에 있다. 국정의 중심에 서서 각 부처를 이끌어가야 할 청와대는 되레 각종 논란의 중심에 서 있다. 박 대통령의 지지율은 떨어질 대로 떨어졌다. 연말 정국을 강타한 이른바 ‘비선실세 국정개입’ 의혹의 경우 검찰의 수사 결과가 나와 봐야 구체적인 전모가 드러나겠지만, 이런 의혹의 발원지이자 확산의 장본인은 바로 청와대라는 점은 누구도 부인 못할 터다. 따지고 보면 올 여름 인사대란의 진원지도 결국 청와대의 부실한 인사검증 시스템이 문제였다.

그렇다면 왜 자꾸 이런 일이 일어날까. 집권 3년차를 눈앞에 둔 박 대통령의 국정 동력을 고비마다 빼앗는 주체가 청와대라는 점은 우연이 아니다. 박근혜정부 2년 내내 계속돼온 불투명한 인사, 불통 논란의 원인 제공자가 바로 청와대라는 점은 바로 내부 시스템에 문제가 있다는 뜻이다.

정의화 국회의장은 최근 한 토론회에서 박 대통령과의 소통에 대해 문제가 있다고 밝혔다. 국회의장이 대통령과 ‘핫라인’ 통화를 시도했을 정도라면 시급히 풀어야 할 국정 현안이 있을 때였을 것이다. 그러나 공교롭게 그때마다 통화가 되지 않았다는 것은 청와대의 소통 방식, 정국 현안을 풀어가야 하는 해법 자체에 문제가 있다는 것으로밖에 설명되지 않는다.

비선실세 국정개입 의혹에 대한 검찰 수사 결과는 조만간 나올 것으로 보인다. 박 대통령이 “실세가 있다면 그것은 청와대 진돗개”라고 한 것처럼 비선실세는 존재하지 않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존재하지 않는 것과 대다수 국민들이 개연성을 가지고 실제로 받아들이는 것은 별개의 문제다. 이른바 ‘보이지 않는 손’이 존재하는 것처럼 국민이 느끼도록 하는 것 자체가 문제다. 이는 청와대의 소통 방식과 의사결정 구조에 치명적인 결함과 문제가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박 대통령의 집권 3년차에 다가선 지금 역전의 기회는 아직 남아 있다. 내년은 현 정부의 국정운영에 가속페달을 밟을 사실상 유일한 시기다. 3년차를 맞는 박 대통령의 쇄신 의지는 그래서 중요하다. 국정 일신은 인적 쇄신부터 시작해야 한다. 털고 갈 것은 확실히 털어야 하고, 버릴 것을 단호히 버려야 한다. 박 대통령이 2년 전 호소했던 것처럼 우리 국민들은 아직도 ‘희망을 잃지 않고’ 일어서고 싶기 때문이다.

남혁상 정치부 차장 hsna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