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무지 세상이 싫을 때가 있다. 나라도 뺏겼었는데, 전쟁도 겪었는데, 독재도 견뎠는데, 남북으로 갈라진 것도 견디는데 이 정도가 뭐 대수냐 하는 분들은 필시 연배 지긋할 가능성이 크다. 결혼은 고사하고 연애도 못할 지경인데, 스펙 쌓느라 전전긍긍인데, 일자리도 못 구하는데, 언제 잘릴지 모르는데 다른 걱정은커녕이라는 분들은 대다수 젊은 세대의 멘털이다.
아이들 유치원 보낼 일부터 학교 걱정, 전셋값 걱정, 왕따 걱정, 흉악한 범죄 걱정, 먹거리 걱정, 안전사고 걱정, 노후 걱정, 아파트 관리비 떼어 먹힐까 걱정하다 보니 그저 내 몸 하나, 우리 한 가족 건사하기도 힘겹다는 사람들이 중간 허리들의 휘어진 멘털이다.
2014년을 가만 짚어보라. 사회가 신난 적이 있었던가. 뭔가 긍정적인 에너지가 사람들을 사로잡았던 때가 있었던가. 아직 희망을 걸어볼 그 어떤 사건이 있었던가. 시원하게 의문이 풀린 적이 있었던가. 아직도 세상은 옳다고 믿어볼 수 있던 때가 있었던가. 사건이 사건을 덮고, 거짓과 탐욕과 은폐와 조작과 공작들만이 횡행했다.
그래서 사람들은 차라리 회피하려 들고 자기만의 동굴에 안주하려 든다. 쇼핑으로, TV로, 예능으로, 스타들의 가십거리로 풀고 꼴불견 진상들을 비난하면서 푼다. 그런데 풀리지도 않거니와 풀리지 않을 것을 알기에 허전함은 쌓이고 공허감은 더해간다.
2014년 우리 사회의 멘털은 결코 건강하지 않다. 문제들이 있는 것 자체가 문제는 아니다. 그 문제들을 대하는 우리의 태도에 적신호가 켜져 있는 것이다. 회피, 방어, 망각, 두려움, 불안에 빠져들고, 내 편 네 편을 나누고, 철저하게 ‘왜?’를 묻지 않고, 희망의 가치들이 무엇인가를 물으려 들지 않다가는 우리의 멘털이 무너질 뿐이다. 누가 이런 부정적 멘털을 원하는가. 누가 이런 멘털을 방치하는가. 누가 이런 멘털을 은근히 부추기는가. 누가 이런 멘털에서 이익을 취하려 하는가.
2014년 막바지에, 도무지 싫은, 이런 세상의 멘털을 날려버리고 싶다. ‘특권, 반칙, 줄서기, 변칙, 탐욕, 자리싸움, 거짓, 진상짓, 회피, 두려움’은 다 날려버리고, ‘인간다움, 배려, 공존, 기회, 평등, 정의, 프로의식, 통합, 토론, 논리, 공감’에 대한 희망을 다시 짓고 싶다!
김진애(도시건축가)
[살며 사랑하며-김진애] 2014년의 멘털 날려버리고 싶다
입력 2014-12-22 02: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