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구멍 뚫린 ‘原電 보안’ 도마에

입력 2014-12-20 04:13
19일 원전 관련 기밀문서가 인터넷에 추가 유출된 것으로 확인됐다. 전날 한국수력원자력 내부 문건이 유출돼 검찰이 수사에 착수한 상태에서 벌어진 일이어서 원전 보안에 심각한 구멍이 뚫렸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전남 영광 한빛원전의 한수원 직원 아이디(ID) 유출 사건이 발생한 지 석 달이 채 안 된 시점이다. 정부는 잇따르는 원전 관련 보안사고에 대해 ‘사후약방문’식 대책만 내놓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원전반대그룹’으로 추정되는 한 트위터 사용자는 이날 저녁 트위터에 ‘한수원에 경고’라는 제목의 글에서 한수원 내부자료 파일 9개를 공개했다. 공개한 파일엔 원자로 냉각시스템의 밸브 도면과 K-REDAP 등 한수원 내부시스템 화면, 비밀 세부분류지침, 내부 유선전화번호, 2급 이상 직원 전화번호 등이 포함돼 있다. 한수원 측이 자체 검토한 결과 이 자료들은 실제 한수원 내부자료가 맞는 것으로 파악됐다.

특히 이 트위터 사용자는 글에서 “한수원에 경고할게요. 바이러스가 언제 작동할지 잘 모르거든요. 원전이 안전할 거라고 생각하는데 두고 보세요”라며 한수원과 정부를 조롱하기까지 했다. 한수원이 전날 벌어진 문서 유출에 대해 원전 운영에 지장을 줄 수 있는 기밀자료는 아니라고 설명한 것을 겨냥한 것이다.

앞서 한수원은 한 포털 사이트에 한수원 임직원 1만799명의 개인정보를 비롯, 원전 관련 대외비 자료가 올라온 것을 확인해 검찰에 수사를 의뢰해 개인정보범죄 정부합동수사단이 수사에 착수한 상태다. 전날 유출된 자료는 월성 1·2호기 제어프로그램 해설서(총 428쪽 중 25쪽), 월성 1호기 감속재 계통도면 표지, 월성 1호기 배관설치 도면(총 200여쪽 중 2쪽), 고리 1·2호기 배관계측도면 범례 1장, 고리 1·2호기 보조건물 냉각수 계통도면, 월성 1호기 급수·복수 계통 패널사진 등 6건이다.

원전 안전을 책임지는 한수원 내부의 민감한 정보들이 잇달아 대거 외부로 유출되면서 한수원의 허술한 보안시스템은 물론 근본적인 원전 안전 문제가 또다시 도마에 올랐다. 산업부는 지난달 3일 발표한 ‘한빛·고리원전 보안실태’에서 한수원 직원 19명이 업무편의를 위해 업무용 아이디를 협력업체에 유출한 사실이 드러나 파문이 일었다.

에너지 관련 시민단체인 에너지정의행동은 “추가 유출된 파일엔 2013년 수정 파일이 포함돼 있다”면서 “한수원과 정부는 무조건 괜찮다는 식이 아니라 현 상황을 그대로 공개하고 국민이 신뢰할 수 있는 대책을 빨리 마련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세종=이용상 기자, 이경원 기자

sotong203@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