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바마, 쿠바 봉쇄 내달부터 해제

입력 2014-12-20 04:00
쿠바와의 관계 정상화를 선언한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행정권을 발동해 당장 다음 달부터 쿠바에 대한 각종 봉쇄 조치를 해제할 예정이다.

미국 뉴욕타임스(NYT)는 미 정부 관계자들을 인용해 오바마 대통령이 여행, 무역, 금융거래 제한 등 쿠바에 대한 지난 54년간의 금수조치를 완화할 방침이라고 18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미 재무부, 상무부 등은 미국과 쿠바의 관계 정상화를 위한 구체적인 후속조치를 조만간 발표할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재무부는 농산물 수출, 은행 계좌 개설 등과 관련된 규정을 마련해 발표할 계획이다. 상무부는 미국 기업들이 건축 및 통신 장비를 쿠바에 수출할 수 있도록 할 방침이다. 수출 허용 품목에는 과학·체육 분야 상품과 오케스트라 악기와 같은 문화 상품 등도 광범위하게 포함된다.

국무부는 테러지원국 명단에서 쿠바를 제외하는 방안에 대한 검토에 들어갔다. 쿠바가 테러지원국 명단에서 빠지게 되면 그간 쿠바의 무역과 은행 거래를 막아온 장애물이 제거되는 셈이다. NYT는 국무부가 쿠바의 테러지원국 해제 방안을 검토하는 데 6개월가량 소요될 것으로 전망했다.

브라질 주요 언론은 이날 미국과 쿠바의 관계 정상화 선언을 ‘역사적인 화해’ 등으로 표현하면서 쿠바라는 외교적 단층이 가로막고 있던 미국과 중남미 간 교역이 활성화될 것이라는 기대감을 표출했다. 전날 아르헨티나에서 열린 남미공동시장(메르코수르) 정상회의에 참석한 남미 각국 정상들은 이번 관계 정상화를 일제히 환영했다. 남미 국가들이 최근 함께 맞닥뜨리고 있는 경제 저성장의 돌파구로 이번 사안을 예의주시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중남미 핵심 무역상대국인 미국의 복귀가 그간 막강한 자본력을 앞세워 중남미에서 영향력을 확대해 나가던 중국과의 파워게임으로 비화될지도 관심사다. 중국은 중남미 지역에 대한 금융지원과 공동사업을 통해 영향력 확대에 심혈을 기울여 왔다. 22일 착공에 들어가는 500억 달러(55조1000억원) 규모의 니카라과 운하 건설이나 멕시코 고속철 사업 수주 등이 그 예다.정건희 기자 moderat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