檢 ˝통진당 해산 규탄 집회 불법˝… 진보진영은 ˝강행˝

입력 2014-12-20 03:35
통합진보당 이정희 대표와 당원들이 19일 서울광장에서 헌법재판소의 통진당 해산 결정에 반발하는 촛불집회를 열고 있다. 서영희 기자

진보단체들이 통합진보당 강제 해산에 반발하며 거리로 나왔다. 하지만 헌법재판소 결정으로 해산된 정당이 자신들의 목적을 달성하기 위한 집회나 시위를 여는 것은 법으로 금지돼 있다. 진보진영은 통진당 관련 집회·시위를 강행할 태세여서 위법성 시비가 불가피해 보인다.

법무부 위헌정당 태스크포스를 총괄한 정점식 법무연수원 기획부장은 19일 헌재 선고 후 기자들에게 “위헌정당의 목적을 달성하기 위한 집회는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 5조 1항에 따라 금지돼 있다”며 “해산 규탄 집회도 통진당의 이념적 목적을 실현하기 위한 거라면 불법으로 볼 수 있다”고 밝혔다. 그는 “해산 규탄 집회의 목적성은 집회 신고나 선전 과정 등을 종합해 판단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경찰은 각 집회에 통진당 관련 내용이 있는지 살펴보기로 했다. 경찰청 관계자는 “해산 정당의 목적을 달성하기 위한 집회로 판단되면 ‘해산 명령’을 내릴 계획”이라고 밝혔다.

진보단체 회원들은 오후 7시부터 서울광장에서 정부 규탄 시위를 벌였다. 곳곳에 ‘한국진보연대’ ‘서울진보연대’ ‘대학생 대표자 연석회의’ ‘평화통일 시민행동’ 등 단체명이 적힌 깃발이 솟았다. 두꺼운 점퍼에 모자를 뒤집어쓰고 목도리로 얼굴을 꽁꽁 싸맨 채 자리를 지켰다. 당초 600여명이던 참가자는 30여분 만에 800여명으로 늘었다. 광장에 설치된 무대 뒷면에는 ‘박근혜 2년 못살겠다. 박근혜 아웃(out)’이라고 적혀 있었다. 그 아래 맨 앞줄에는 이정희 통진당 대표가 촛불을 들고 앉았다. 통진당 해산심판 선고에 참석했을 때와 같은 옷차림이었다.

박근용 참여연대 합동사무처장은 “오늘은 원통하고 억울했던 날이다. 잘못된 헌재 판결이 나오기 전에 함께 싸웠어야 했는데 죄송했던 마음이 하루 종일 들던 날이다. 저를 비롯한 참여연대는 이 결정에 하나도 동의할 수 없다”고 말했다. 그는 “(통진당 해산 결정을 내린) 헌법 재판관 8명은 법을 가장한 폭력배였다”고 비판했다.

시위 참석자들은 ‘박근혜 2년 못살겠다. 민주주의 살려내라’는 구호를 외친 뒤 함성을 질렀다. 이후 ‘유권자의 권리를 소중히 여기는 사람들의 모임’ 오제문 공동대변인이 올라와 박 대통령 퇴진을 촉구했다.

이날 오전 일찍부터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주변에는 진보·보수단체가 좌우로 나뉘어 격렬한 집회를 벌였다. 통진당 지지자 400여명은 헌재 쪽으로 진입하려다 경찰에 막혀 현대건설 사옥 건너편에 자리를 잡았다. 100여m 떨어진 주유소 앞에서는 대한민국어버이연합·엄마부대·고엽제전우회·자유청년연합 등 보수단체 400여명이 통진당 해산을 요구하는 시위를 벌였다.

특히 보수단체 쪽은 흥분한 회원들의 열기가 가득했다. 이들은 ‘국민의 명령. 통진당 즉각 해산’ 등의 플래카드와 태극기를 들고 통진당 해산을 소리 높여 외쳤다. 회원들은 마이크를 들고 ‘종북세력을 완전히 몰아내야 한다’ ‘통합진보당 즉각 해산은 곧 민심이다’ 등 발언을 이어갔다.

오전 10시35분 박한철 헌법재판소장이 “피청구인 통합진보당을 해산한다”는 결정문을 읽자 보수단체 집결지에서 환호성이 터졌다. 활빈단의 한 회원은 인공기를 칼로 찢은 뒤 태극기를 들고 “너희들은 오늘 제삿날이다”라고 외쳤다. 충돌사태는 발생하지 않았다.

양민철 임지훈 황인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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