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진당 해산 선고] 이석기 ‘내란 관련 회합’은 통진당 전체의 책임

입력 2014-12-20 03:55
이정희 통합진보당 대표(가운데) 등 통진당 관계자들이 19일 헌법재판소에서 정당 해산 결정이 내려진 뒤 굳은 표정으로 대심판정을 나서고 있다. 김지훈 기자

헌법재판소가 “통합진보당 활동은 대한민국의 민주적 기본질서에 위배된다”고 판단한 가장 큰 근거는 지난해 5월 이석기 의원 등이 가진 내란 관련 회합에 있다. 헌재는 19일 ‘지하혁명조직(RO)’의 실체를 언급하지 않으면서도 이 회합이 우리 사회에 실질적 해악을 끼칠 위험성을 초래했다고 여러 차례 강조했다.

헌재는 통진당 주도세력을 자주파(NL·민족해방) 계열로 정의했다. 이들 중 다수가 내란 관련 회합에 참석했다고 판단했다. 결정문에서 “피청구인(통진당) 주도세력의 다수는 주체사상을 지도 이념으로 북한 주장에 동조했다”며 “또 그중 다수가 이석기(의원)가 주도한 국가 기간시설 파괴, 무기 제조 및 탈취, 통신교란 등 전쟁 발발 시의 후방 교란 수단 등을 논의한 내란 관련 회합에 참석했다”고 판시했다.

헌재는 내란 관련 회합이 결국 통진당의 활동으로 귀속된다고 강조했다. 이석기 의원에 대한 전당적인 비호 태도가 나타나는 점 역시 내란 관련 회합이 통진당 활동이라는 근거로 제시됐다. 헌재는 당시 회합에서 채록된 발언을 하나하나 인용하며 “대한민국 존립에 위해를 가할 수 있는 방안을 구체적으로 논의한 것은 피청구인의 진정한 목적을 단적으로 드러낸 것”이라고 판단했다.

헌재는 회합에서 나온 발언들이 표현의 자유가 갖는 한계를 넘어 민주적 기본질서를 위협했다고 봤다. 특히 북한 핵실험을 ‘민족의 자랑’으로 평가한 점, 대한민국 정부를 ‘적’으로 표현한 점에 주목했다. 헌재는 “북한과 첨예하게 대치한 한반도 상황에 비춰 이런 위험성은 단순히 추상적 위험에 그친다고 볼 수만은 없다”고 판시했다.

홀로 기각 의견을 낸 김이수 재판관도 내란 관련 회합이 민주적 기본질서를 위배했다는 부분을 인정했다. 다만 김 재판관은 회합 등 활동이 통진당 전체의 책임은 아니라는 논리로 소수의견을 폈다. 김 재판관은 결정문에서 “사건 모임(내란 관련 회합)에 참석한 것으로 확인된 중앙위원은 경기도당 소속 11명에 불과했다”며 “참석자들의 발언 내용이 정당 전체의 의사를 대표한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판시했다.

헌재는 통진당 해산심판 청구를 촉발한 RO의 실체에 대한 판단을 유보했다. 김정원 헌재 선임연구관은 “결정문에는 RO의 실체를 언급한 부분이 없다”며 “내란음모에 대한 형사적 평가와 정당해산심판에서의 민주적 기본질서 위배 평가는 별개”라고 설명했다. RO 실체 판단은 대법원의 몫으로 남았다. 대법원은 내년 1월 말 이 의원 등의 내란음모 혐의에 대해 상고심 선고를 내릴 예정이다.

이경원 기자 neosar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