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합진보당에 대한 정당해산 결정으로 연말 정국은 한 치 앞을 예측하기 힘든 혼돈 상황에 빠져들었다. 이번 결정은 향후 총선·대선에도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통진당 해산 결정으로 야권의 헤게모니가 새정치민주연합으로 집중되면서 여야 일대일 대결 구도가 더욱 공고해질 전망이다.
◇여야 대치 장기화 우려…경제 활성화 법안 통과 차질 빚을 듯=가뜩이나 비선실세 국정개입 의혹으로 어수선했던 정국에 무거운 짐 하나가 더해졌다. 설상가상(雪上加霜)인 형국이다.
정치 상황은 비선실세 의혹에서 정당해산 정국으로 조금씩 이동하는 모양새다. 통진당 해산 결정은 비선실세 의혹으로 궁지에 몰렸던 여권에 숨쉴 공간을 제공했다. 지난달 25일 최종변론 이후 한 달도 지나지 않은 시점에 통진당 해산 결정이 나온 것과 관련해 헌법재판소가 위기에 빠진 여권을 의식해 일정을 약간 서둘러 잡았다는 음모론까지 제기되는 상황이다.
이번 헌재 결정으로 보수와 진보의 해묵은 이념 논쟁이 재연될 가능성은 매우 높다.
새누리당 중진 의원은 19일 “정국이 얼어붙으면서 부동산 3법을 포함한 경제 활성화 법안의 통과에 차질이 예상된다”면서 “민생법안 처리를 위해 개회된 연말 임시국회도 공전이 우려된다”고 말했다.
여권은 ‘종북 프레임’을 꺼내들며 국면전환을 노리고 있다. 야권은 해산결정 충격파를 예의주시하면서 비선실세 의혹 불씨 살리기에 주력할 전망이다.
이번 헌재 결정은 내년 2월 8일 새정치연합 전당대회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새정치연합 당권 주자들이 이념적으로 반 발짝 정도 ‘우클릭’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여야 일대일 대결 구도 고착화…“장기적으론 야당에 유리할 것” 전망도=지난 대선을 앞둔 2012년 10월 새누리당과 충청권을 기반으로 한 선진통일당이 합당하면서 보수정당은 새누리당으로 통합됐다. 보수 이념을 표방하는 원내 소수 정당은 없는 상태다.
하지만 야권은 새정치연합, 정의당, 통합진보당으로 쪼개져 있었다. 통진당 해산 결정으로 야권은 새정치연합과 정의당 체제로 재편됐다. 원내 진보 성향 정당은 정의당 하나만 남게 됐다.
‘종북’ 딱지가 붙었던 통진당의 해산으로 향후 선거에서 여야 일대일 대결 구도가 더욱 확고해질 전망이다. 지난 대선에서 “박근혜 후보를 떨어뜨리기 위해 출마했다”고 주장했던 이정희 당시 통진당 후보는 선거 막판에 후보직을 사퇴했다. 통진당 해산으로 후보 단일화를 둘러싼 논란은 반복되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
야권 내부에서는 새정치연합의 구심력이 강해질 것으로 분석된다. 통진당이라는 걸림돌이 사라지면서 진보 진영이 하나로 결집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도 있다.
한국정치의 이념 스펙트럼은 ‘오른쪽으로’ 더 기울 것으로 예상된다. 새정치연합은 ‘종북 세력 편을 든다’는 인상을 피하기 위해 헌재 결정에 대해 원론적 입장을 취했다. 헌재 결정에 비판적 입장을 나타낸 새정치연합 의원들조차 “통진당 노선을 지지하지 않지만…”이라는 말을 먼저 꺼냈다.
통진당 해산 결정이 비선실세 의혹을 덮어주기 때문에 단기적으로는 여권에 유리한 이슈지만 장기적으로는 야권에 도움이 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야권 표 분열에 대한 걱정이 사라지고 기존 통진당 지지자들이 결국에는 새정치연합을 선택할 것이라는 설명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하지만 통진당 지지자들이 새로운 정당을 창당할 것이 확실시되기 때문에 이번 해산 결정이 야권에 별다른 영향을 미치지 못할 것이라는 반론도 만만치 않다.
하윤해 기자 justice@kmib.co.kr
[통진당 해산 선고] 통진당 퇴출로… 향후 총선·대선 1대 1 대결 굳어진다
입력 2014-12-20 03: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