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라인 미술경매 ‘후끈’ 미술시장 불쏘시개 되나

입력 2014-12-22 02:33
서울 종로구 서울옥션 프리뷰 전시장을 찾은 관람객들이 온라인 경매에 나올 작품들을 꼼꼼히 살펴보고 있다. 서울옥션은 18일 온라인 경매에 앞서 일주일간 미리 작품을 전시했다. 작은 사진은 K옥션의 지난 10월 온라인 경매에서 5700만원에 낙찰된 천경자 유화작품 ‘모로코에서’. 서울옥션·K옥션 제공

금융업에 종사하는 30대 직장인 A씨는 지난 17일 서울옥션의 온라인경매 ‘e비드나우(eBid NOW)’를 통해 일본의 인기 작가 쿠사마 야요이의 석판화 한 점을 샀다. 결혼하는 친구에게 거실 인테리어용으로 선물하기 위해서다.

온라인 미술경매가 눈에 띄게 활기를 띠고 있다. 서울옥션과 K옥션 등 메이저 경매사들은 회복 기미를 보이는 미술 시장에 불쏘시개 역할을 할 수 있도록 온라인 경매 시장 창출에 공격적으로 나섰다.

◇경매사 온라인 대전(大戰) 돌입=19일 서울옥션에 따르면 전날 ‘e비드나우’ 경매가 마무리되면서 올해 전체 온라인 경매 낙찰총액은 22억7000만원을 기록했다. 전년도 6억8700만원에 비하면 3배 이상 증가했다. 서울옥션은 올해 3회에 그친 온라인 경매를 내년에는 격월로 열어 모두 6회로 늘리기로 했다.

2010년부터 온라인 경매를 시작한 서울옥션은 전체 덩치는 경매사 1위지만 홍콩 경매 등에 치중하면서 온라인 부문에서는 K옥션에 열세였다. 이를 만회하려고 올해 온라인 경매 ‘e비드나우’ 브랜드를 론칭하며 무료 배송 및 설치 서비스를 도입했다.

서울옥션 관계자는 “미술품의 경우 파손위험이 커 배송비가 수십만원에서 수백만원이 드는 만큼 파격적 서비스”라며 “작품 설치 서비스도 여러 작품을 구입할 때 집안 분위기에 맞게 배치해달라며 의뢰하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2006년 온라인 경매를 도입하며 시장을 선도하던 K옥션도 이 경매를 내년부터는 월 1회씩 총 12회로 확대하겠다고 밝혔다. 최근 2년간 온라인 경매 회수는 5회와 7회였다. 한동안 중단했던 무료 배송 서비스도 지난 10월 재개했다. 지난달 올해 마지막 온라인 경매에서는 출품작의 가격대를 상향하고 프리미엄, 고미술, 근·현대미술, 기업용으로 카테고리를 나눴다. 서울옥션의 추격전에 바짝 긴장한 것이다.

◇왜 온라인인가, 성과는=이미 크리스티 경매나 소더비 경매 등 유수의 해외 미술품 경매사들은 연초 온라인 강화를 선언했다. 크리스티와 소더비는 각각 아마존, 이베이와 손잡고 내년에 온라인 경매에 자금을 더 투입하겠다고 밝혔다. 국제 미술시장은 완연한 U자형의 회복세를 보였다.

이런 가운데 국내 미술시장에서도 단색화(1970년∼80년대 단색을 주조로 했던 미술사조) 작품이 인기를 끌며 꿈틀거리는 조짐이 나타났다. 이에 맞춰 국내 경매사들이 잠재적 고객을 창출하겠다는 의도에서 온라인 시장에 주목하고 있는 것이다.

온라인 경매의 경우 10만∼500만원의 중저가 미술품이 많이 출품된다. 이우환, 김창렬, 이왈종, 무라카미 다카시, 쿠사마 야요이를 포함한 국내·외 유명 화가의 상대적으로 저렴한 에디션(한정 수량으로 제작된 것)이나 오지호, 하인두 등의 유화 소품 위주의 원화가 나온다. 대개 30호 미만으로 집안에 장식용으로 걸어두기 좋은 크기다.

이런 이유로 자금 여력이 적은 젊은층이나 샐러리맨들이 온라인 경매를 많이 찾게 된다. K옥션 이상규 대표는 “신규 고객을 확대하기 위해서는 중저가가 많은 온라인이 심리적으로 진입 장벽이 낮아 유리하다”면서 “하반기 들어 분위기가 좋아져 시장 파이를 키워보려고 한다”고 말했다.

전략도 다양하게 구사되고 있다. 서울옥션은 고가의 미술품을 내놓으며 ‘온라인은 싸구려’라는 이미지를 바꾸며 시장의 주목을 끌고 있다. 지난 10월 경매에서 6억여원에 낙찰된 장욱진의 ‘진진묘’ 가 대표적이다. 1만원 짜리 ‘미끼 상품’을 동원하고, 젊은층이 관심을 보이는 디자인 가구도 선보였다.

K옥션도 온라인 프리미엄 부문에서 오프라인 경매에 내놔도 손색없는 수천만 원 가격대의 작품을 걸었다. 두 달 전 경매에서는 천경자 화백의 유화 작품 ‘모로코에서’가 최고가인 5700만원에 낙찰되기도 했다. 이런 노력 덕분에 양사의 온라인 경매 낙찰률과 낙찰금액은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다.

손영옥 선임기자 yosoh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