깊은 고민 끝에 헌법재판소가 결정을 내린 순간 대한민국은 두 쪽으로 갈라졌다. 보수와 진보의 이념 갈등과 적대감은 더 깊어지고 있다. 우리 사회가 자칫 지독한 국론 분열의 소용돌이로 빠져들지 모른다는 우려가 나온다.
통합진보당 해산 심판을 청구한 정부는 이런 혼란을 수습해야 하는 책임과 부담을 지게 됐다. 힘을 잃었다고 생각하는 진보진영 지지자들의 불안감, 집회·표현의 자유가 위축되리란 우려, 사법기관에 대한 불신 등이 모두 정부가 풀어야 할 과제다. 전문가들은 국민 역시 이 문제를 해결하는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고 말한다.
박한철 헌재소장은 19일 선고를 시작하며 “이 결정이 우리 사회의 소모적 이념 논쟁을 종식시키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했다. 그러나 대심판정 바깥의 현실은 정반대로 흘러가고 있다. 선고가 내려지자마자 “민주주의는 죽었다”는 비난이 터져 나왔다.
이른 아침부터 헌재 주변을 지킨 통진당 당원과 지지자 500여명은 말을 잃은 듯 침통한 표정으로 길바닥에 주저앉아 꼼짝도 하지 못했다. 일부는 들고 있던 풍선을 터뜨리고 욕설과 탄식을 내뱉었다. 통진당 법률대리인단 대표인 김선수 변호사는 “주류 사회와 다른 주장을 한다고 정당을 해산하는 건 독재이자 전체주의”라고 비난했다.
진보진영 내부에선 패배감과 분노가 쌓이고 있다. 진보단체들은 서울광장 등에서 규탄 집회를 이어갈 예정이다. 대검찰청은 불법·폭력 집회와 시위, 통진당 잔여 재산 환수 방해 등에 엄정 대처하겠다고 경고했다.
보수단체 회원들은 태극기를 흔들고 환호성을 질렀다. 한 중년 여성은 “너무나 기쁘고 감격했다. 대한민국을 부정하는 세력은 어느 곳에도 발을 붙일 수 없다”고 말했다. 보수진영은 최고 사법기관이 통진당 존재 이유를 부정한 것을 계기로 압박 수위를 높여갈 태세다. 북한민주화청년학생포럼은 “통진당원 명단을 공개해 대한민국 곳곳에서 암약하고 있는 종북주의자를 뿌리 뽑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강창욱 양민철 임지훈 기자
[통진당 해산 선고] 保·革 갈등 첨예…국론분열 소용돌이
입력 2014-12-20 03:37 수정 2014-12-20 14:5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