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적으로 사법부의 정당해산 결정은 흔한 일이 아니다. 선진국 중 유일하게 독일에서 정당해산 사례가 있다. 2차 세계대전을 일으키고 냉전시대 분단을 겪은 특수한 역사적 배경이 작용했다. 최근에는 정치적 갈등이 첨예한 이집트 태국 등에서 정당이 해산됐다.
정당해산은 1950년대 독일의 사회주의제국당과 독일공산당에 대한 독일 연방헌법재판소의 해산 결정이 대표적이다. 연방헌법재판소는 1952년 히틀러가 세운 나치당의 후신인 사회주의제국당을 해산했다. 세계대전을 일으켰던 나치즘을 민주주의 틀 안에서 몰아내려는 정치적 시도였다. 1956년에는 마르크스레닌주의를 지향한 독일공산당에 해산 결정을 내렸다.
독일에선 최근에도 정당해산 청구가 있었다. 독일연방정부 등은 2003년 신나치정당인 독일민족민주당에 대한 해산을 청구했지만 재판소는 각하 결정을 내렸다. 10년 뒤인 지난해 다시 독일연방참사원(상원)이 이 당의 해산을 청구했고, 현재 심리가 진행 중이다. 주변 국가에 피해를 주는 일이 다시는 있어선 안 된다는 사회적 합의에 따른 극우 정당 견제 조치다. 다른 한편에서는 민주주의를 후퇴시킬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터키와 스페인에서도 정당해산 결정이 내려진 적이 있다.
터키헌법재판소는 1998년 터키복지당 해산을 결정했다. 정교분리 원칙에 적대적이고 이슬람 율법을 절대화하는 신정주의를 추구한다는 점에서 체제에 위협이 된다는 게 이유였다.
스페인에서는 바스크 지역 분리를 주장한 정당 바타수나에 2003년 대법원이 해산 결정을 내렸다. 두 사례는 유럽인권재판소에서 적법한 결정이라고 인정됐다.
가장 최근의 정당 해산은 이집트에서 일어났다. 이집트 최고행정법원은 이슬람 근본주의를 표방하는 무슬림형제단이 만든 ‘자유정의당’을 지난 8월 해산했다. 이 정당은 2011년 이후 지난해 7월 무함마드 무르시 전 대통령이 군부에 의해 축출되기 전까지 제1당이었다. 이집트 법원은 “자유정의당이 테러단체와의 연계로 정당법을 위반했다”고 밝혔다.
태국 헌법재판소는 2007년 4개 정당을 한꺼번에 해산하는 결정을 내렸다. 탁신 친나왓 전 총리가 창당한 ‘타이 락 타이’와 군소정당 3개가 해산됐다. 탁신 전 총리의 정당이 총선에서 군소정당을 돈으로 매수했다는 게 이유였다. 태국과 이집트의 정당 해산은 정국이 쿠데타 등으로 크게 혼란스러운 상황에서 이뤄진 것이었다.
권기석 기자 keys@kmib.co.kr
[통진당 해산 선고] 獨 1950년대 사회주의제국당·독일공산당 해산
입력 2014-12-20 02:3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