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金이 좋아” 사재기하는 러

입력 2014-12-20 02:40
국제유가 폭락 여파로 금융자산 가치가 크게 떨어진 러시아가 금을 사재기하고 있다. 금값 전망은 당분간 밝지 않기 때문에 시세 차익을 노린 매입은 아니다. 만일의 사태에 대비해 안전자산을 확보해두는 것으로 보인다.

19일 KDB대우증권에 따르면 올해 들어 10월까지 전 세계 중앙은행은 222.83t의 금을 매입했는데, 이 가운데 133.48t(59.9%)을 러시아 중앙은행이 사들였다. 올해 금 평균 가격으로 환산해보면 러시아는 54억 달러(5조9545억원)를 금 매입에 썼다. 이에 따라 러시아의 금 보유량은 1168.7t(세계 5위 수준)으로 올 들어 13% 증가했다. 러시아 외환보유고에서 금이 차지하는 비중도 10.2%에 달한다.

러시아는 2000년대 중반 이후부터 꾸준히 금을 사들이고 있다. 세계금위원회(WGC) 자료를 보면 2005년 387t이던 러시아 금 보유량은 2008년 520t, 2011년 883t, 2012년 958t으로 늘다가 지난해 1000t을 돌파(1035t)했다. 최근 수년간 증가세가 꾸준한 가운데 올 들어 증가폭이 급격히 커진 것에 관심이 쏠린다.

대우증권 이승우 연구원은 “루블화 약세로 외환보유고 운용 여력이 빠듯해지고 있는 러시아가 안전자산인 금을 계속 매입하고 있다는 점은 어떤 극단적인 이벤트까지 염두에 두는 준비일 수도 있다”고 말했다.

금 국제가격은 달러 강세와 글로벌 디플레이션 우려로 올해 상반기보다 하락한 상태이며, 내년 상반기까지도 비관적인 전망이 우세하다. 따라서 높은 수익을 기대한 사재기라기보다는 심각한 위기 상황을 대비한 조치로 여겨진다.

천지우 기자 mogul@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