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단 문제만 선결되면 한기총과 통합 어렵지 않을 것”

입력 2014-12-22 02:18
한국교회연합 양병희 대표회장이 지난 18일 서울 여의도 국민일보사를 방문, 이승한 종교국장과 대담을 가졌다. 양 대표회장은 초미의 관심사인 한국기독교총연합회와의 재통합 필요성에는 공감을 표했지만 한기총의 이단문제 해결이 선결과제라는 원칙에서는 물러서지 않았다. 하지만 동성애 등 기타 사회문제에 대한 공동대응을 위해 한기총과 적극 손을 잡을 것이라고 말했다. 강민석 선임기자

한국교회연합(한교연) 양병희 대표회장은 연합기관의 수장을 두루 거친 온화한 성품의 화합형 목회자다. 한국장로교총연합회 대표회장, 동북아한민족협의회 대표회장 등을 지내면서 하나 되는 교회의 장점과 힘을 누구보다 잘 안다. 한교연 창립 이후 2년간 단 한 차례도 대표회장 간 회동이 없었던 한국기독교총연합회(한기총)와의 관계가 양 대표회장 취임 이후 호전되고 있는 것도 우연이 아니다. 특히 지난 13일 서울 청계천에서 교회 분열과 갈등을 반성하며 한기총 이영훈 대표회장과 포옹한 것은 향후 교회연합운동의 청신호를 보여주는 장면이었다.

<대담=이승한 종교국장>

양 대표회장은 지난 18일 서울 여의도 국민일보사에서 이승한 종교국장과 대담을 갖고 교회 연합과 한기총과 재통합이 갖는 의미 및 원칙에 대해 상세히 밝혔다.

△이승한 종교국장=취임한 지 20일 가까이 되셨는데 소감은 어떤가.

△양병희 한교연 대표회장=한교연 대표회장이 되기 전에 있었던 비상구국기도회에서 설교하며 연합기관의 방향성을 분명히 인지했다. 당시 설교를 통해 양심의 소리, 역사의 소리, 하나님의 소리를 듣는 한국교회가 되자며 눈물 흘리던 기억이 생생하다. 그런 초심을 잃지 않고 나가겠다.

△이=한국장로교총연합회 대표회장, 동북아한민족협의회 대표회장 등 이전에도 다양한 연합기관과 단체를 맡으셨다. 한교연 대표회장 자리는 이전 직책과 비교해 어떤 무게감과 차이점이 있나.

△양=여러 곳에서 대표회장 사역을 한 것은 하나님이 오늘을 위해 훈련시킨 것이라고 생각한다. 한교연에 가장 중요한 것은 연합이다. 가톨릭이나 불교를 보면 획일적인 단일체제로 돼 있어 문제가 발생해도 잘 처리한다. 그러나 개신교는 개교회를 중심으로 자율적이어서 한두 사람이 잘못해도 전체가 매도당한다. 개불교 개천주교란 말은 없는데 개목사 개독교라는 말은 있지 않은가. 한국교회 연합의 중요성을 다시 한 번 깨닫게 된다. 제가 한장총 대표회장 때 스쿠크(이슬람 채권)법이 한창 문제가 됐다. 이슬람 금융채권이 우리나라에 들어오면 이슬람 사원 건립 등 엄청난 문제가 일어날 수 있다. (스쿠크법을 저지한 것은) 개교회나 총회가 하기 어려웠던 일을 연합기관이 해낸 좋은 예라고 본다. 교회가 연합과 일치를 이루게 하는 것이 한교연 대표회장의 주 정체성이고 목표다.

△이=교계에서 가장 궁금해 하는 한기총과의 단일화는 어떤 식으로 추진할 건가. 일부에서는 조건 없는 복귀만 내세우는 한기총뿐 아니라, 이단 없는 통합만 내세우는 한교연도 입장이 경직돼 있다고 지적한다.

△양=우리가 통합하고 하나 되는 것은 누구나 다 공감한다. 한기총과 한교연은 원래 하나였다. 하지만 조건 없이 하나 되자는 것은 할 수 없다. 피가 모자란다고 물을 섞을 수는 없다. 한기총과 한교연이 갈라질 때 여러 가지 분쟁이나 탐욕에 대한 이야기가 있었지만 가장 본질적인 문제는 한기총의 이단옹호였다. 이단 문제만큼은 분명히 짚어야 하고, 한기총이 이 문제를 풀어가야 한다. 이단 문제에 대한 답을 준다면 통합은 크게 어렵지 않다고 본다. 통합추진위원회 결성은 그 후의 일이다. 지금은 이단 문제가 한기총의 가장 큰 선결과제다. 통합에 앞서 이단 교단의 신학자와 전문인들까지 포함하는 위원회를 만들어 이단 문제의 해법을 찾는 것도 필요하다.

△이=취임 후 한기총 이영훈 대표회장과 잘 만나고 있는 것 같다. 앞으로 한기총과의 연합사업을 어떻게 풀어나갈 것인지 얘기해 달라.

△양=한국교회가 한 목소리를 내지 않으면 안 될 위기가 많다. 가까스로 폐기되긴 했지만 서울시민인권헌장에 동성애 옹호 조항이 포함될 뻔 했다. 사회적으로 이 같은 상황이 발생했을 때 우리는 성경적 기준으로 정확하게 판단해야 한다. 그리고 연합기관이 첫 목소리를 냄으로써 푯대를 제시해야 한다.

△이=연합과 일치 운동의 파트너인 이영훈 대표회장에 대한 평가해 달라.

△양=한국기독교의 훌륭한 지도자다. 한기총 대표회장이 되신 후에 개혁의 칼을 빼들고 나섰다고 본다. 다만 그 진정성을 한국교회가 공감할 수 있도록 법적 제도적 토양을 만들어줘야 한다. 그래서 각 교단의 신학자들이 이단에 대한 토의를 할 수 있는 법적 장치를 마련해야 한다.

△이=내년은 광복 70주년이다. 한교연 대표회장으로서 계획하고 있는 사업이 있으면 알려 달라.

△양=내년은 우리가 일제에서 벗어나 해방을 맞은 지 70년 되는 해다. 유다인들이 바벨론 포로 생활에서 벗어난 게 70년만이다. 70년이라는 숫자에는 해방이라는 역사적 의미가 있다. 이는 또한 현재 우리에게 통일을 준비하는 발판이 돼야 한다는 의미를 주고 있다. 한국교회가 통일에 대한 논의와 준비를 하는 것은 역사적 사명이고 책임이다. 하나님은 통일의 때를 오래전부터 준비하고 있다고 믿는다. 우리는 포기하지 말고 통일의 날까지 끊임없이 기도해야 한다. 최근 시작된 ‘일만 교회 일백만 기도운동’이 그 시발점이 돼야 한다. 이 운동은 정오에 1분간 전국 교인들이 통일을 위해 기도하자는 것이다. 어렵지 않은 일이다. 통일 시대를 준비한다는 생각으로 이 기도부터 시작하자. 한교연은 내년에 통일 포럼을 준비하고 있다. 통일에 대해 구체적 상시적으로 대비하자는 취지의 통일헌금도 구상하고 있다. 이런 사업들을 한국교회에 적극 호소하려 한다.

△이=남북관계가 여전히 출구를 찾지 못하고 있다. 종교계가 지속적으로 노력해야 하는 부분이라고 보는데 대북지원사업과 관련해 복안이 있나.

△양=사람들은 남북통일이라고 하면 물리적인 통일, 땅의 통일을 생각한다. 우리는 사람의 통일이 먼저라고 생각한다. 남과 북의 차이를 좁히고 상대적 박탈감을 희석시키는 노력이 필요하다. 정치적으로는 막힐 수 있다. 하지만 NGO 차원에서는 끊임없이 민간교류를 할 수 있도록 정부가 도와줘야 한다. 동서독 교회도 통일에 앞서 끝없이 물밑교류를 해왔다.

△이=최근 사회적 이슈가 되고 있는 종교인 납세 문제를 교계의 보수진영 대다수에서 반대하고 있다. 한교연은 어떤 입장인가.

△양=사회에서 (이 문제를 놓고) 기독교인들이 이기적이라고 매도하고 있다. 사실 불교와 천주교는 획일적인 통제의 특성상 회계 장부를 마음대로 내놓거나 열람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들었다. 개신교와 입장에 차이가 있다. 우리가 납세를 안 한다는 것이 아니다. 종교를 제도 안에 집어넣지 말고 자율적으로 납세하도록 해달라는 것이다. 개신교에서는 한두 사람 마음에 안 맞아도 고소고발을 하는 경향이 부쩍 늘었다. 교회재정을 다 들여다보는데 특별헌금 들어왔을 때 왜 세금을 제대로 내지 않느냐는 시비가 많아질 수 있다. 이런 불안전한 문제를 정부가 왜 꼭 안고 가려는지 이해할 수 없다. 교회 자율에 맡기되 종교인 납세는 지역사회나 복지에 환원하는 방식으로 하는 게 좋지 않겠는가 하는 입장을 갖고 있다.

△이=대한예수교장로회(예장) 백석 총회장 출신으로 최근 예장백석과 대신 교단의 통합선언을 어떻게 보시나.

△양=한국교회의 교단수가 200개가 넘는다는 것은 부끄러운 일이다. 하나 되라는 주님의 말씀에 따르지 않는 교회지도자의 이기적 명예욕 때문에 발생한 것이라고 본다. 기본적으로 신앙과 신학노선이 같으면 통합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교회는 끝없는 분열 속에 힘을 잃게 된다. 제가 속한 백석 교단이 대신과 통합을 선언한 것에 대해 많은 공감을 하고 있다. 신학과 신앙이 같은 교단들끼리 통합을 해서 한국교회가 하나로, 앞으로 나가는 역할을 해야 하지 않느냐는 생각을 하고 있다. 이번 통합 선언이 그 계기가 되길 희망한다.

△이=최근 한국교회가 사회적 지탄을 받고 있다. 어떤 개혁이 선행돼야 하는가.

△양=먼저 우리의 모습을 돌아보고 회개해야 한다. 3%의 소금이 바닷물을 썩지 않게 한다. 현재 전 국민의 15% 가량을 차지하는 기독교인들이 정치 경제 사회 문화 교육 모든 영역에서 주도적 역할을 하고 있다. 그런데도 이 사회에서 그리스도인의 맛을 내지 못한다는 것은 맡은 바 사명을 다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초기 존경받던 기독교와 달리 너무 빨리 현실에 안주하고 편리한 신앙에 빠져버렸다. 한국교회는 영성의 위기, 도덕성의 위기, 리더십의 위기를 만났다. 복음의 본질을 잃어버리고 배려 없는 이기적인 신앙에 빠졌기 때문이다. 신앙은 항상 하나님의 영에 거해야 한다. 기독교의 거룩성을 회복하려는 뼈를 깎는 노력이 필요하다.

정리=고세욱 기자 swkoh@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