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진당 해산 선고] “인용 의견은 8인…” 주문 순간 울음 섞인 탄식

입력 2014-12-20 02:53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소속 권영국 변호사(왼쪽 두 번째)가 19일 헌법재판소에서 통합진보당 해산 결정에 “헌법이 민주주의를 파괴한 날”이라고 외치다 방호원에게 끌려 나가고 있다. 김지훈 기자

통합진보당 정당해산심판 선고가 열린 19일 오전 10시 서울 북촌로 헌법재판소 대심판정은 무겁게 가라앉았다. 재판관 9명의 정중앙에 자리한 박한철 헌법재판소장은 “재판관 사이에 의견이 두 가지로 나뉘었다”고 서두에 소개했다. 그는 통진당을 해산해야 한다는 재판관의 ‘인용’ 의견, 반대하는 재판관의 ‘기각’ 의견을 단숨에 읽어 내려갔다.

30분간 물 한 잔 마시지 않고 양측 의견을 설명한 박 소장이 잠시 정면을 응시했다. “이상, 두 가지 의견의 이유 요지를 말씀드렸습니다.” 104개 좌석을 가득 메운 방청석은 일순 고요해졌다. “두 가지 이유 중 인용 의견은 재판관 박한철 이정미 이진성 김창종 안창호 강일원 서기석 조용호 등 8인의 재판관이 피력한 의견이고….” 박 소장이 말을 맺기도 전에 피청구인 측 방청석에서 울음 섞인 탄식이 터져 나왔다. “기각 의견은 김이수 재판관이….”

“오늘, 헌법이 민주주의를 파괴한 날입니다. 역사의 심판을 받을 것입니다!” 방청석에 앉아 있던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민변) 소속 권영국 변호사가 벌떡 일어나 재판관석을 향해 소리쳤다. 방호원이 권 변호사를 끌어냈지만 다른 이들도 소리를 높였다. “8대 1이 뭐냐, 이게 과연 나라냐!” 박 소장은 개의치 않고 주문을 읽었다. 피청구인 대리인석의 통진당 이정희 대표와 김선수 변호사는 입을 굳게 다문 채 허공만 바라봤다.

피청구인 참고인석에 있던 한 사람이 “대한민국 민주주의는 죽었다”고 울부짖으며 자리를 박차고 나갔다. 짧은 주문을 마친 박 소장은 방청석에 한 번 눈길을 준 뒤 뒤돌아 퇴장했다. 재판관 8명이 그 뒤를 따랐다. 제각기 불만을 토하던 방청객들은 방호원이 다가오자 “재판이 다 끝났는데도 말을 못하느냐”고 맞섰다. 진보 성향으로 분류되던 이정미 재판관이 인용 의견을 낸 것을 비난하는 이들도 있었다.

청구인 측의 정점식 법무연수원 기획부장(검사장) 등 위헌정당·단체 대책 태스크포스(TF) 관계자 5명은 미소 띤 얼굴로 악수한 뒤 퇴장했다. 이들은 이날 오전 9시25분쯤 모습을 보였다. 전화 통화를 하는 등 여유로운 모습이었다. 반면 피청구인 측에서는 김 변호사만 오전 9시40분쯤 나타났고 분위기도 부드럽지 못했다.

이 대표는 애써 웃으며 통진당 지지자의 손을 하나하나 맞잡았다. 그는 대심판정을 나와 “진보정치의 꿈까지 짓밟을 순 없다”고 말했다. 선고 직후 김정원 헌재 선임연구관은 “평의(評議)는 수시로 이뤄졌다. 8대 1로 의견이 정리된 시점은 알지 못한다”고 설명했다.

이경원 기자 neosar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