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법재판소는 사무사(思無邪), 즉 생각과 판단에 있어서 사(邪)됨(간사하거나 치우침)이 없고, 무불경(毋不敬), 늘 공경하고 존중하며 배려하는 사무사무불경의 마음 자세를 잃지 않고자 노력해 왔습니다.”
박한철(61) 헌법재판소장은 19일 통합진보당 해산심판 선고를 시작하며 ‘논어(論語)’에 나오는 사무사와 ‘예기(禮記)’에 언급된 무불경을 인용해 이같이 말했다. 헌재 결정에 사심이 담겨 있다거나 공정하지 못했다는 주장이 제기될 것을 경계한 말이다. 그는 검사 시절에도 사무사의 마음가짐을 특별히 강조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검사장이던 2007년 삼성 비자금 의혹 특별수사·감찰 본부장을 맡았을 때도 팀원들에게 “사무사의 마음 자세로 수사에 임해야 한다”고 했었다.
박 소장은 시종일관 굳은 표정이었다. 또렷한 목소리로 결정문을 읽어 내려가면서도 이따금 심호흡을 하거나 눈을 질끈 감는 등 재판 과정의 고민과 어려움을 내비쳤다. “공정한 변론을 위해 제3, 제4 고민을 거듭했다”는 말도 했다.
409일간 진행된 재판 기간에 장외에서 벌어진 이념 논쟁이 끝나길 바라는 마음도 드러냈다. 박 소장은 “오늘 결정이 우리 사회의 소모적인 이념 논쟁을 종식시키고 대한민국의 미래와 희망을 국민 모두가 함께 만들어가는 새로운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문동성 기자 heMoon@kmib.co.kr
[통진당 해산 선고] “思無邪 毋不敬 마음자세 노력”
입력 2014-12-20 03:4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