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경의 열매] 정수영 (4) “주님, 당신이 행한 기적을 믿을 수가 없습니다”

입력 2014-12-22 02:53 수정 2014-12-22 16:31
지난 1월 제주도에서 열린 북미주예수대각성운동(JAMA) 세계지도자개발학교(GIDI) 강연회를 마친 뒤 기념촬영을 하고 있는 정수영 박사(앞줄 맨오른쪽).

나는 완전히 다른 사람으로 태어났다. 그러나 30여년을 살아온 나의 가치관, 역사관, 세계관이 나의 내면세계를 붙잡고 쉽게 놓으려 하지 않아서 말씀을 접할 때마다 엄청난 혼란이 계속됐다. 그럴수록 나는 포기하지 않고 하나님 말씀에 매달렸다.

성경을 읽을 때면 도무지 믿어지지 않는 내용들이 너무 많았다. 과학적이고 이성적인 기준에서 수긍할 수 없는 내용들을 만나면 일단 판단을 보류했지만 혼란스러운 것은 어쩔 수 없었다. 어떤 사람은 “네 속에 아직 사탄이 있어서 그러니 쫓아내라”고 했지만 그리 간단한 일이 아니었다. 주님을 만난 것도 확실하고 생각과 삶이 변한 것도 의심의 여지가 없지만 오랫동안 나를 지탱해 온 그 무언가가 때를 따라 믿음의 근간을 흔들고 있었다.

기적적인 하나님의 임재를 체험하며 주님을 만났는데도 예수님이 행하신 기적들을 믿을 수가 없었다. ‘사람은 눈으로 보지 않는 것은 더욱 믿지 않는다’는 말은 이런 경우를 두고 한 말인가 보다.

당시 나의 신앙생활을 인도해 준 장로님이 있는데, 그는 혈관외과 의사였다. 차를 팔아 교회 건축헌금을 낸 뒤 전철과 버스를 갈아타며 병원에 출퇴근하실 정도로 신실한 믿음의 사람이었다. 나는 장로님을 찾아가 성경에서 이해할 수 없는 부분들을 따져 물었다. 장로님은 내 질문에 언제나 성심껏 답해 주셨다. 하지만 어떤 것은 시원하지 못한 것도 있었다.

그러던 어느 날 수요예배에 참석하기 위해 퇴근하자마자 곧바로 교회에 갔는데, 예배를 인도하시던 전도사님이 설교를 마친 뒤 다 같이 기도하자고 하셨다. 그러고는 두 손을 들고 “주여∼”를 세 번 외친 뒤 합심하여 큰 소리로 기도하자고 하셨다. 나는 하나님이 귀가 어두운 것도 아닌데 왜 큰 소리로 기도해야 하는지 이해할 수 없었지만 ‘까짓, 해보자’ 싶어 손을 들고 큰 소리로 “주여”를 외쳤다.

그런데 불과 몇 초 지나지 않아 누가 내 어깨를 두드려서 눈을 뜨고 돌아보니 아무도 없었다. 팔을 올리고 크게 소리 질러서 어깨 근육에 경련이 일어났나 하며 다시 눈을 감고 기도하는데 이번에는 누군가 나의 올린 팔을 잡고 나를 공중으로 들어 올리는 게 아닌가. 그 순간 나는 ‘하나님이시구나’ 하고 직감했다. 그러자 내 마음속에 말로 형용할 수 없는 평안과 기쁨이 넘쳤다. 내 몸이 솜처럼 가벼워져 하늘을 오르는 황홀경에 젖어들었다. ‘아 이것이 천국이구나’ 하는 순간 나는 다시 원래대로 돌아왔다. 짧은 순간이지만 놀라운 하나님의 임재를 체험한 것이다. 예배 후 목사님을 찾아가 방금 내가 경험한 것을 얘기했더니 목사님은 그저 “좋은 것이야, 좋은 것이야” 하셨다.

나는 삶의 고비가 생길 때면 이때의 경험을 떠올리며 마음의 평안을 되찾곤 한다. 한번은 비행기를 타고 가다가 기류 변화로 기체가 몹시 흔들려 당황한 적이 있는데, 그때도 이날의 경험을 떠올리며 마음의 평안을 얻었다.

이 일이 있은 후 놀랍게도 그토록 믿어지지 않던 성경 말씀이 믿어지기 시작했다. 말씀을 믿지 못하는 나의 마음을 이날 성령께서 만지신 것이다. 이제는 도리어 내가 이 말씀을 왜 믿지 못했는지 이해할 수 없게 됐다. 말씀이 믿어지니 성경 읽기가 더 재미있어진 것은 물론이었다.

말씀은 내가 하나님의 자녀가 되었지만 실제로는 갈 길이 먼 사람이라는 사실을 일깨워 주었다. 하나님을 알기 전 몸에 익힌 죄 된 습성들이 순간순간 깨어났기 때문이다. 내 마음속에는 아직도 하나님을 대적하는 그릇된 생각과 습관, 논리들이 우글거렸다. 초자연적인 체험들을 하게 하셔서 내 생각을 바꾸고 마음을 변화시키셨건만 나는 때때로 하나님을 전혀 모르는 사람처럼 행동했다. 그때마다 나는 깜짝깜짝 놀라며 아직 갈 길이 멀었음을 한탄했다. “이 죄의 뿌리는 도대체 어디서 끝이란 말인가?”

정리=윤중식 기자 yunj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