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훈 칼럼] 믿음으로 미래를 열라

입력 2014-12-20 02:19

새로운 한 해를 준비하는 시기이다. 두 부류의 사람이 있을 것이다. 기대하며 맞이하는 사람과 염려하며 맞이하는 사람이다. 믿음은 기대를 만들고, 불신은 염려를 만든다. 사탄의 불변 전략은 언제나 동일하다. 다가올 어려움을 미리 걱정하고 염려하여 실망하게 만드는 것이다. 우리가 미래에 대해 염려하는 이유는 어떤 일이 일어날지 모르기 때문이다. 만일 미래에 일어날 일을 다 알면 염려가 없어질까. 아니다 더 염려한다. 아우구스티누스는 “하나님은 앞으로 다가올 일을 미리 알려주시지 않는다. 만일 자신의 성공을 미리 안다면 나태하게 될 것이고, 반대로 자신의 불행을 미리 안다면 실망하고 좌절할 것이기 때문이다”고 했다.

이스라엘 역사에는 미래에 대한 염려 때문에 불필요한 일을 한 적이 많다. 대표적 사례는 가나안 정탐이다. 민수기 13장을 보면 하나님께서 가나안 땅을 정탐하라고 명령하셨는데, 그 사건을 다시 회고하면서 해석한 신명기 1장을 보면 가나안 정탐은 원래 하나님의 아이디어가 아니었다는 것이 나타난다. 하나님께서는 가나안을 믿음으로 들어가라고 명령하셨는데 백성들이 두려워하고 염려해 모세에게 건의했다(신 1:21∼22).

정탐한 이후 염려가 없어지고 지혜가 생겼을까. 그렇지 않다. 10명의 정탐꾼은 ‘우리는 죽을 것’이라고 보고했다. 백성들은 더 큰 염려에 휩싸이게 됐다. 그래서 그 땅에 들어가지 못하고 광야에 머무르게 되었다. 염려와 두려움은 불필요한 아이디어를 만들어낸다.

하나님께서는 우리의 미래에 대하여 알 필요가 있는 것만 보여주신다. 하나님께서는 우리의 삶을 돛단배가 항해하듯 인도하신다. 돛단배는 바람이 불면 뒤로 물러서야 하고, 풍랑이 일어나면 고통을 겪어야 한다. 그러나 바람이 없으면 앞으로 나갈 수 없다. 돛단배는 방향은 있지만 정확하게 정해진 길로 가는 것이 아니다. 그런데 우리는 하나님께 기차역처럼 인도해주시기를 바란다. 우리는 앞으로 거쳐 갈 역들을 모두 알고 싶어 한다. 그러나 하나님은 우리에게 한꺼번에 모든 역을 알려주시지 않는다.

우리는 또 인생에 대한 청사진을 달라고 하나님께 요구한다. 그런데 하나님은 청사진 대신 나침반을 주신다. 나침반은 앞으로 나가야 쓸모 있다. 하나님께서 현재 보여주시는 방향으로 믿음을 가지고 한 걸음 한 걸음 앞으로 나가면 하나님께서 계속해서 새로운 길을 열어주신다.

은혜로우신 하나님은 인간 모두에게 내일이라는 미래를 주신다. 성공한 사람에게만 내일을 주시는 것이 아니다. 실패한 사람에게도 내일을 주신다. 과거에 성공한 사람에게는 두 배의 내일을 주시고 실패한 사람에게는 절반의 내일을 주시는 것이 아니다. 성공했든 실패했든 동일한 내일을 주신다. 은혜로우신 하나님은 내일을 하루씩 우리에게 주신다. 어제 하루 실패했다면 오늘 다시 시작할 수 있는 하루를 주신다.

이스라엘 역사에서 미래가 보이지 않던 때가 있었다. 이사야 선지자가 활동하던 시대였다. 정치, 사회, 도덕이 붕괴되고 하나님의 심판만이 남아있을 때였다. 그러나 하나님의 예언은 이때가 가장 희망찼다. 하나님은 “위로하라, 내 백성을 위로하라”(사 40:1)는 말씀을 시작으로 소망의 말씀을 66장까지 쏟아내셨다.

주님은 새로운 내일을 맞이하기 위해 과거에 묶이지 말라고 말씀하신다(사 43:18). 과거의 성공에 묶이면 자만하게 되고 실패에 묶이면 낙심하기 때문이다. 과거란 기억으로 남아있다. 습관이란 과거에 대한 기억이 나의 인격에 고정되어 있는 것이다. 따라서 과거에 대한 기억을 새롭게 하지 않으면 인생은 변화되지 않는다.

그러나 하나님은 또 기억할 것이 있다고 말씀한다. “너희는 옛적 일을 기억하라 나는 하나님이라 나 외에 다른 이가 없느니라 나는 하나님이라 나 같은 이가 없느니라.”(사 46:9) 우리는 하나님밖에 다른 신이 없음을 기억해야 한다. 우리가 하나님의 백성임을 잊지 말고 기억해야 한다. 하나님만이 구원을 베풀어 주시고 인생의 도움이 되시는 분임을 기억해야 한다.

젊은 시절은 과거의 기억보다는 미래를 향해 꿈꾸는 시기이다. 그런데 성경은 젊은이들에게 미래에 대한 비전을 품으라고 말씀하지 않고 창조자에 대한 기억으로 가득 차게 하라고 말씀하신다(전 12:1). 창조자를 기억하는 것이 가장 확실한 미래를 여는 길이기 때문이다.

믿음의 새해를 준비하자. 우리의 기억을 새롭게 함으로 하나님께서 이끄시는 새로운 미래를 기대하자. 2015년의 대한민국과 한국교회는 과거의 상처를 씻고 미래의 도전을 믿음으로 이겨나가는 모습을 기대한다.

이재훈(온누리교회 목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