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 강남구 ‘전면수용 현금 보상’ 방식 수용… 구룡마을 개발 합의했지만 불씨 여전

입력 2014-12-19 03:19
이건기 서울시 행정2부시장(왼쪽 사진)과 신연희 강남구청장이 18일 서울시청에서 구룡마을 사업재개에 대해 각각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서울시와 강남구가 우여곡절 끝에 무허가 판자촌인 개포동 구룡마을 개발방식에 전격 합의했지만 고소·고발 등 후유증이 만만치 않아 실제 사업 추진 과정에서 상당한 진통이 예상된다.

특히 토지주에 대한 보상과 임대주택 공급대상자 선정, 구역지정 등 남은 과제도 해결이 쉽지 않아 사업이 또다시 표류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결국 기관 간 알력다툼에 애꿎은 주민들만 피해를 볼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합의하고도 제각각 브리핑, 왜?=서울시와 강남구는 전면 수용·사용방식의 공영개발 방식으로 재추진한다는 큰 틀에 합의해놓고도 18일 서울시청 신청사 브리핑룸에서 따로 브리핑했다. 양 기관이 합의한 내용을 제각각 발표한 것은 매우 이례적이다. 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일까.

양 기관은 당초 박원순 서울시장과 신연희 강남구청장이 이날 공동 기자회견을 열어 구룡마을 재개발 방식 합의내용을 발표할 예정이었다. 하지만 강남구가 일부 환지(換地) 혼용방식 개발을 주장해온 서울시 공무원들에 대한 고소·고발을 취하하지 않으면서 사이가 틀어졌다.

이건기 서울시 행정2부시장은 “서울시가 대승적 결단을 내려서 강남구의 방식을 수용했으니 관계 공무원들의 고소·고발을 말끔하게 정리하고 갔으면 하는 게 서울시 바람이고, 합의정신에 맞다”며 “하지만 강남구가 이를 받아들이지 않은 것은 유감”이라고 말했다.

강남구도 물러서지 않았다. 신 구청장은 브리핑에서 “일부 환지방식 개발을 주장하던 서울시 관계공무원은 향후 구룡마을 개발업무에서 배제시키는 한편 각종 의혹들에 대해서는 현재 수사 중인 검찰에서 명명백백히 밝혀주길 바란다”고 밝혔다.

서울시는 구룡마을 토지주들에게 개발된 땅으로 보상하는 환지방식과 수용방식을 혼용할 것을 주장한 반면 강남구는 전면 수용해 현금으로만 보상하는 방식을 고수하면서 갈등이 커져 지난 8월 재개발사업 구역지정이 실효됐다.

◇개발까지 산넘어 산, 주민만 피해 우려=서울시는 신속한 사업 추진을 위해 모든 절차를 동시에 진행해 내년 상반기 중 구역지정을 완료한다는 계획이다. 아울러 구룡마을 개발이익이 현지 공공시설 설치, 거주민 복지증진, 저렴한 임대주택 공급 등 거주민 재정착에 쓰이도록 최선을 다할 방침이다.

하지만 강남구는 고액자산가, 고소득자, 실제 거주하지 않은 자는 임대주택 공급대상에서 제외한다고 못박았다. 고액자산가와 고소득자들이 구룡마을에 위장 전입했다는 것이다.

토지주들의 반발도 예상된다. 감사원은 지난 6월 구룡마을 감사결과에서 “환지기준에 따라 사업시행자 개발이익은 최소 743억원에서 최대 2765억원, 토지주 개발이익은 최소 310억원에서 최대 2169억원으로 추정되지만 수용방식의 경우 (사업을 시행할) SH공사 개발이익이 3075억원이고 토지주 개발이익은 없는 것으로 분석됐다”고 밝혔다.

강남구는 또 서울시가 지정한 구룡마을 개발구역에 4종류의 군사시설이 포함돼 있어 이를 제외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서울시와 강남구는 모두 조속한 사업 추진 의지를 밝혔다. 하지만 당장 실무협의회 구성부터 난항이 예상된다. 강남구가 기존에 환지방식 개발을 추진해온 공무원 배제를 주장하고 있기 때문이다. 양 기관의 알력다툼이 계속 되는 한 구룡마을 주민들의 숙원사업은 뒷전으로 밀릴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김재중 기자 jj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