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디아코니아는 10일(현지시간) 팔레스타인 가자지구에서 요르단 암만으로 이동, 최근 급증하고 있는 이라크 크리스천 난민 가정을 찾았다. 이들은 빈민가에서 좌절과 불안 속에 하루하루를 살면서도 성탄을 기다리고 있었다.
전통적으로 중동 기독교인들은 성탄절이 다가오면 집안에 트리를 설치하고 말구유 모형 등을 꾸미는 등 공을 많이 들인다. 트리나 성탄 장식을 하지 않으면 이상하게 생각할 정도다. 요르단 송명근 선교사에 따르면 중동의 크리스천들은 성탄 예배 후 가정에 친구와 친척들을 초대해 식사한다. 식사 전에는 아랍 전통의 예절에 따라 ‘사다’라 부르는 아라비아커피를 손잡이 없는 ‘핀잔’이라는 컵에 따라주며 손님을 대접한다.
요르단은 이슬람 국가임에도 12월 25일은 공휴일로 지정돼 있다. 동방교회의 경우 1월 7일(율리우스력)이 성탄절로 서방 교회보다 13일 늦다. 최근엔 이라크 등에서 급진주의자들의 테러가 성탄절에 집중되면서 성탄의 기쁨은 빛을 바랬다.
이날, 요르단 암만의 빈민가에서 만난 이라크 난민 벤(34·여)씨의 집에도 성탄트리와 장식이 설치돼 있었다. 동방교회 계열의 칼데아 기독교인인 그는 최악의 성탄을 맞고 있었다. 남편이 지난해 성탄절을 앞두고 이슬람국가(IS)에 납치됐기 때문이다.
벤씨는 “당시는 IS의 존재조차 몰랐던 시절이었으나 경찰이 말해줬다”며 “성탄이 다가오면서 아이들이 아빠가 언제 오느냐고 자꾸 묻는다. 괴롭다”고 말했다. 벤씨는 울음을 터뜨리며 “남편은 아이들을 사랑했어요. 결혼하고 4년 동안 아이가 없었거든요”라고 했다. 이라크 모술에서 17년을 살았다는 그는 칼데아 기독교인들에게 성탄은 큰 명절이자 축제의 시간이라고 했다. 대부분 자정까지 교회에서 시간을 보내고 이웃을 방문해 그리스도의 탄생을 축하한다고 했다.
“바라기는 미국이 IS를 축출하고 남편을 구해주기를 바랍니다. 우리 가족에게 이번 성탄은 고통스러운 성탄입니다. 과거 즐거웠던 추억이 이제는 고통이 되고 있습니다.” 그는 한국교회를 향해 “인내하도록, 그리고 아이들을 위해 기도를 부탁한다”고 말했다.
앗시리아계 기독교인 마르다(46·여)씨도 평화로운 성탄절을 소망했다. 그는 4명의 자녀와 함께 지난 8월 정든 고향을 떠났다. 이라크 북부 도훅의 알코쉬 마을에서 살던 마르다씨는 IS로부터 위협을 당해 더 이상 살 수 없었다. 건설업 일용직 노동자였던 남편이 저축한 돈을 모아 비행기표를 구입했고 이라크 아르빌에서 암만행 비행기를 탔다.
“암만에서는 몇 달 지나니 가져온 돈이 바닥났어요. 렌트비와 식료품비도 소진됐구요. 이제 어떻게 살아가야 할지 모르겠어요. 4명의 자녀들은 아직도 IS의 공포가 남아있습니다.”
현재 암만시내 이라크 난민촌에서 살고 있는 그는 “지금은 이곳 교회와 선교사를 통해 도움을 받고 있다”며 “더 안전한 나라로 떠나고 싶은 마음”이라고 말했다. 그는 “남편이 아직 이라크에 남아 있다”며 울먹였다.
이라크에서는 과거 35년 동안 전쟁과 박해로 난민이 발생했다. 1980∼1988년 이란·이라크 전쟁을 시작으로 90년 이라크의 쿠웨이트 침공, 91년 걸프전 발발과 경제 제재 조치, 미국의 이라크 침공 등이 이어졌고 최근엔 IS의 이슬람국가 선언으로 기독교 말살 정책이 본격화되면서 이라크 내 기독교인의 공동(空洞) 현상이 진행 중이다. 지난달 4일자 ‘요르단타임스’에 따르면 4000명 이상의 이라크 크리스천 난민이 요르단에 거주하고 있다.
암만(요르단)=글·사진 신상목 기자 smshin@kmib.co.kr
[미션 르포] “성탄 다가오는데 아빠는 언제 오실까요”
입력 2014-12-20 02:5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