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 직격 인터뷰] 신종수 부국장이 김영민 특허청장을 만나다

입력 2014-12-19 03:03 수정 2014-12-19 16:48
김영민 특허청장은 국민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중소기업이 특허 확보를 통해 글로벌 경쟁력을 갖출 수 있도록 적극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이동희 기자

김영민 특허청장은 기업이 글로벌 경쟁력을 키우기 위해서는 '특허경영'을 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외국 특허괴물들의 공격에 대응하는 것에서부터 기술을 빼앗기지 않기 위해 지식재산권을 확보하는 것에 이르기까지 특허경영의 필요성이 갈수록 커지고 있다는 설명이다. 16일 서울 테헤란로 특허청 서울사무소에서 만난 김 청장은 1시간 넘도록 재미있는 특허의 세계를 소개했다.

-특허는 일반 국민들과 별로 상관없는 전문가들 영역으로 여겨진다.

“개인의 창의적 아이디어를 과학기술과 접목해 시장에 내보내고 고부가가치화하는 것은 일자리 창출과 국민 행복으로 연결된다. 우리 국민들의 아이디어와 발명을 권리화하는 것이 특허다. 생활 속 발명품을 만들어서 사업화하는 것이 바로 창조경제다. 특허는 연구원들만 관련 있는 게 아니다. 한경희생활과학 등 생활 속 아이디어로 성공한 회사도 꽤 있다. ‘이태리타월’로 불리는 때밀이수건도 마찬가지다. 부산에서 한 업자가 때 미는 데 좋다는 새로운 용도를 발견하고 실용신안을 내서 돈을 많이 벌었다.”



-특허를 잘 받으려면 어떻게 해야 하나.

“신규성, 기술적인 진보성뿐만 아니라 산업적으로 이용이 가능해야 한다. 이러한 요건을 갖춘 것들은 검토해서 권리를 보호해줄 만한 강한 특허라고 판단되면 특허등록증을 내준다. 그런데 이걸 심사하기 위해서는 전 세계에 있는 특허와 관련 논문을 조사해야 한다. 선행기술조사라고 하는데 상당히 어려운 작업이다. 특허를 심사하는 데 어떤 나라는 7년씩 걸린다. 우리는 11개월 만에 심사착수를 해서 굉장히 빨리 특허를 내주는 편이다. ‘강한 특허와 빠른 권리화’가 중요하다. 이 두 가지가 특허청의 미션이다. 특허는 속지주의이기 때문에 한국에 특허를 냈다고 해서 전 세계에 유효한 것은 아니다. 외국에서 특허권을 행사하려면 한국에 낸 특허를 기반으로 그 나라에도 특허를 내야 한다. 특허를 통해 권리화를 잘해놓지 않으면 우리 아이디어를 남이 베껴간다. 자기들 특허를 침해했다고 문제를 삼기도 한다. 그러면 그 나라에서 철수해야 하고 손해배상도 해줘야 한다. 중소기업들도 해외에 나가려면 특허뿐만 아니라 상표, 디자인 등 지식재산권에 대해서 모니터링을 하고 특허를 내야 살아남는다.”



-기업이 경쟁력을 갖추는 데 특허가 필수인 것 같다.

“특허 상표를 가지고 있지 않으면 세계시장에서 살아남을 수 없다. 잘 대응하지 못하면 특허괴물의 먹잇감이 될 수도 있다. 히든 챔피언이 되려는 중소기업은 지식재산권으로 무장해야 한다. ‘월드클래스 300’이라는 사업이 있는데, 월드클래스 300으로 지정되면 지재권과 연구·개발(R&D)을 연계해서 지원한다. 기술개발을 할 때 특허를 도외시하면 아무 소용이 없다. 아이템을 정하면 관련된 특허를 4만건 정도 분석한다. 특허를 분석하면 외국의 경쟁업체와 기술 방향을 알게 된다. 그래서 특허 침해를 회피할 수 있는 길을 찾을 수 있다. 도저히 회피할 수 없다면 기술을 사오거나 로열티를 줘야 한다. 이러한 분석 작업을 첨단부품소재산업 IP(Intellectual Property) R&D 사업이라 하는데 특허청이 주도적으로 이끌어가고 있다. 2008년 처음 특허청이 시작해 대기업들을 지원했다. 이 사업을 한 번 하면 특허에 대한 기업의 관점이 바뀐다. 기업 연구원들과 함께 경쟁사 특허까지 분해해 R&D 전략을 짜는 것이기 때문에 파급효과가 크다. 기업에 지재권 데이터베이스도 쌓이고 연구원들의 인식도 바뀐다. CEO들 역시 중요함을 느낀다. 이런 과정을 통해 히든 챔피언이 탄생하게 된다.”



-중소기업들은 특허에 취약한 편이다. 특허 침해도 많고 ‘짝퉁’도 많다.

“대기업들은 수백명의 특허전담 인력이 있고 전담부서도 있다. 그러나 중소기업은 그렇지 않다. 중소기업들이 특허를 잘 관리하지 않으면 글로벌 시장에 나갈 수도 없고 잘못하면 이것 때문에 회사가 존망의 위기에 처한다. 그래서 특허청이 중소기업을 대상으로 교육이나 특허출원비용을 지원하고 있다. 특허를 침해당했을 때 대응할 수 있도록 컨설팅도 하고 있다. 특허를 담보로 은행에서 융자를 받을 수 있도록 지원도 한다. 한·중 자유무역협정(FTA) 등으로 시장이 넓어지고 한류 붐이 일고 있는 반면에 짝퉁도 많이 나온다. 한국 브랜드를 보호하려면 해외에서 지재권을 갖고 있어야 한다. 짝퉁에 대해서는 사업장과 유통경로가 어딘지 파악해서 신고해야 하는데 특허청이 설립한 해외지식재산센터(IP-Desk)에서 도와주고 있다. IP데스크는 중국에만 다섯 군데가 있다. 침해조사를 대행하는 회사를 연결해 주고 비용도 지원한다. 우리 제품을 베껴서 수출하는 것을 막기 위해 중국 세관 당국과 협조하기도 한다.”



-중소기업들이 외국의 특허괴물에 많은 피해를 입고 있다. 대기업에 특허를 빼앗기기도 한다.

“특허괴물들은 실제 제품을 만들지도 않으면서 특허만 가지고 소송을 통해 수익을 얻는다. 특허괴물로 인한 해외에서의 특허소송이 많이 늘어났다. 작년 한 해만 340건 정도인데 이 중 절반이 중소기업이 관련된 소송이다. 중소기업들은 국제 특허분쟁이 생기면 어떻게 해야 할지를 잘 모른다. 중소기업들이 해외 전시회에 나가거나 수출하려고 할 때 특허청이 사전에 특허침해 여부를 컨설팅해주는 제도가 있다. 보험비용도 지원하고 있다. 중소기업은 대기업에 특허를 빼앗겨도 신고를 잘 안 하는 경향이 있다. 영업비밀보호센터를 만들어 지원하고 있지만 사례를 찾기가 어렵다. 대기업과 거래가 끝났을 때 신고를 한다.”



-우리나라에서는 특허 보호가 잘 안 된다는 지적이 많다.

“우리나라에서는 특허를 침해받은 회사가 소송을 제기해서 이겨도 손해배상액을 평균 7000만원 정도밖에 못 받는다. 배상금이 적어서 소송하면 뭐하냐는 비판이 많다. 미국의 경우 손해의 3배까지 배상액을 물리는데, 우리도 이를 도입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논의를 하고 있다. 특허 문제는 굉장히 기술적이어서 판사가 판단하기가 쉽지 않다. 특허권자가 좀 더 쉽게 권리를 주장할 수 있도록 입증책임을 바꾸는 문제까지 포함해 손해배상 제도 전반을 개선하는 방안을 마련 중이다.”



-우리 특허소송 체계가 특허 선진국들과 많이 다른가.

“특허침해소송의 경우에는 지방법원, 고등법원, 대법원 순으로 가는데 모두 일반법원이다. 일반법원에서 하다 보니 전문성이 부족하다는 평가가 있다. 특허법원이 있지만 무효소송만 한다. 특허소송엔 두 가지가 있다. 하나는 무효소송이고 또 하나는 침해소송이다. 무효소송은 1심이 특허심판원, 2심은 특허법원, 3심은 대법원이다. 침해소송은 일반 지방법원, 일반 고등법원, 대법원 이렇게 간다. 여기에 문제가 있어서 지금 국회에서 논의를 하고 있다. 미국 변리사는 반드시 지정된 이공계 과목의 학점을 이수하고 변리사 시험을 통과해야 한다. 기술적인 지식과 법률지식을 모두 갖추고 있다. 우리는 이공계 판사가 많지 않은 것으로 알고 있다. 그래서 특허 분야의 법관은 전문성을 높이기 위해 재임기간을 늘려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특허법원에서는 16명의 특허청 심사관들이 판사들에게 도움을 주고 있다. 그러나 침해소송을 담당하는 일반 지방법원은 지원이 어려운 실정이다. 그래서 관할 집중이 필요하다. 일본의 경우 1심은 도쿄와 오사카지법으로 관할이 집중돼 있고 2심은 특허법원이 한다. 우리나라는 1995년 특허법원이 만들어졌다. 그런데 2002년 뒤늦게 특허법원이 생긴 일본이 침해소송까지 관할 집중을 하는 등 우리보다 더 빨리 가는 듯하다.”



-특허청 심사과정이 까다로운 편인가.

“과거에는 특허청이 심사를 할 때 기계직렬, 전기직렬, 화학직렬 이렇게 돼 있었다. 그러나 갈수록 기술이 융합되고 있다. 기계 전기 화학 등으로 나누는 것은 심사 공급자 위주의 생각이다. 수요자인 산업계에 대응한 조직이 필요하다. 사실 공무원 조직에는 칸막이가 있다. 칸막이를 없애고 유연한 조직이 돼야 한다. 자동차를 예로 들면 기계직렬, 전기직렬, 전자직렬, 화학직렬 다 들어가 있다. 그래서 지난해 특허청을 융합형 심사를 하는 조직으로 바꾸었다. 큰 변화다. 이 결과 오류가 뚝 떨어졌다. 업계에서도 긍정적으로 평가하고 있다. 심사도 빨라지고 정확해졌다. 특허를 출원한 측과 적극적으로 소통하면서 보정 방향을 알려준다. 예전에는 네거티브한 방식이 많았다. 거절 이유를 적어서 ‘이건 이래서 안 된다’고 했다. 하지만 이제는 ‘이것은 이렇게 고치면 적정한 권리범위를 가진 특허가 되겠다’고 보정 방향을 알려주는 포지티브 심사로 접근하고 있다.”

신종수 부국장 jsshi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