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는 기준금리 인상 시점을 내년 4월 이후로 제시했다. 미국의 조기 금리 인상 가능성이 희박해진 것이어서 글로벌 주식시장에 긍정적이지만 당장 한국 증시에 호재로 작용하지는 못했다. 18일 코스피는 10개월 만에 1900선 아래로 떨어졌다.
재닛 옐런(사진) 연준 의장은 17일(현지시간) 통화정책 결정기구인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를 마친 뒤 기자회견에서 “위원회는 (기준금리) 정상화 절차가 다음 두 번 정도(next couple of)의 회의에서 시작될 것으로 생각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내년 FOMC 회의가 1월과 3월 이후 4월에 열리는 것을 감안하면 금리 인상이 4월 이후에 가시화될 것이라는 의미로 해석된다. 이를 두고 국내외 시장에선 금리가 내년 4∼6월에 오를 것이라는 관측과 9∼10월로 보는 전망이 엇갈리고 있다.
연준은 FOMC 회의 직후 발표한 성명에서 “통화정책 정상화(금리 인상)를 시작하는 데 인내심을 발휘할 수 있을 것(can be patient)”이라고 밝혔다. 연준은 이것이 “상당기간(for a considerable time) 초저금리 기조를 유지한다”는 종전 성명과 일치한다고 덧붙였다. ‘상당기간’이란 표현을 ‘인내심’으로 대체한 것이다. 옐런 의장은 “새로운 용어를 동원한 것이 연준의 정책 의도가 바뀌었다는 신호는 아니다”고 강조했다.
이번 FOMC를 보면 미국의 통화정책 정상화가 ‘IT 버블’ 붕괴 이후 2004년 금리를 올렸던 때와 유사하게 진행될 가능성이 높다. 2003년 12월 FOMC까지 ‘상당기간’이란 문구가 지속되다 2004년 1월 ‘인내심’으로 바뀌었고 5월 ‘인내심’ 표현까지 삭제된 뒤 6월에 금리가 인상됐다.
시장에선 이번 FOMC가 금리를 즉각적으로 올린다는 신호를 보이지 않았기 때문에 비둘기파(통화완화 선호) 성격이 강했다는 평가가 우세하다. 이에 17일 뉴욕 증시는 최근의 하락세를 딛고 큰 폭으로 상승했다.
반면 18일 코스피는 전날보다 2.66포인트(0.14%) 내린 1897.50으로 거래를 마쳤다. 종가가 1900에 못 미친 것은 지난 2월 5일 이후 처음이다. FOMC 결과가 긍정적으로 작용해 장 초반 1919까지 올랐지만 오후 들어 급락해 연중 최저점인 1881.73까지 떨어졌다. 국제유가 하락과 러시아 금융 불안, 엔화 약세라는 기존 악재에다 제일모직 상장에 따른 수급 왜곡이 작용한 결과로 분석된다.
외국인투자자는 제일모직 주식을 대량 매도하고 기관의 매수세는 제일모직에 집중됐다. 제일모직은 시초가보다 6.60% 올랐지만 상장 첫날 주가는 지수에 반영되지 않는다는 규정 때문에 코스피에 도움이 되지 않았다. 대신증권 이경민 연구원은 “대외변수보다 제일모직 상장에 따른 수급 요인이 코스피 하락에 크게 작용했다”며 “수급 왜곡으로 일시적으로 변동성이 커졌지만 급락세가 이어지지는 않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천지우 기자 mogul@kmib.co.kr
美 금리인상 2015년 4월 이전엔 안한다
입력 2014-12-19 03: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