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모주 청약(일반투자자 대상) 당시 시중 부동자금 30조원을 끌어들였던 제일모직이 18일 상장되자마자 6%가 넘는 큰 폭의 상승세를 기록하며 화려하게 신고식을 마쳤다. 삼성그룹 지배구조의 최상단에 위치해 지주회사 전환에 큰 역할을 할 것이란 기대감이 반영됐다. 제일모직 상장으로 삼성그룹의 지주회사 전환 시나리오가 탄력을 받을 전망이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은 7조원이 넘는 지분을 보유해 주식부자 2위로 뛰어올랐다.
공모가(5만3000원)의 배인 10만6000원으로 코스피에 첫발을 뗀 제일모직은 이날 6.60% 상승한 11만3000원에 거래를 마쳤다. 거래대금은 1조3652억원으로 집계돼 상장일 사상 최대였다. 시가총액은 15조2550억원으로 14위에 올랐다. 상장 첫날 높은 상승세를 기록했다는 점에서 지난달 상장된 삼성SDS와는 차이가 있다. 삼성SDS의 경우 시초가는 공모가(19만원)의 배인 38만원이었지만 상장 첫날 13.8%나 하락했었다.
제일모직 상장으로 이 부회장은 주식부자 4위에서 2위로 뛰어올랐다. 재벌닷컴에 따르면 이날 종가(11만3000원) 기준 이 부회장의 보유주식 가치는 7조771억원으로 집계됐다. 지난달 삼성SDS 상장 때는 3조8541억원(4위)이었다. 이 부회장은 제일모직 상장주식 1억3500만주 가운데 3136만9500주를 보유하고 있어 제일모직만으로 3조5448억원에 달하는 주식을 보유하게 됐다.
제일모직(상장 이후 기준)은 이 부회장이 23.24%,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과 이서현 제일모직 사장이 각각 7.75%를 보유하고 있다.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은 3.45%를 보유해 오너일가 지분이 42.19%에 달한다.
제일모직 상장 이후 삼성그룹의 지주회사 재편 과정도 가속도가 붙을 것으로 전망된다. 지주회사로 전환하려면 계열사 간 순환출자 고리를 끊어야 한다. 이번 상장 과정에서 삼성카드가 제일모직 지분 5%를 전량 처분해 제일모직→삼성생명→삼성전자→삼성카드→제일모직으로 연결되는 순환출자 고리가 사라졌다. 삼성SDI 등 계열사들이 지분을 추가 처분할 경우 지주회사 고리가 추가로 사라질 가능성도 높다. 제일모직 상장에 이어 삼성전자 인적분할(지주회사와 사업회사로 분할)→삼성전자홀딩스(지주회사)와 제일모직 합병→삼성 지주회사 출범 순으로 지배구조 개편 작업이 진행될 것이라는 게 일반적인 시나리오다.
다만 지주회사 전환이 쉽지 않을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재벌닷컴은 “삼성그룹의 순환출자 고리 10개 가운데 9개가 비금융계열사와 금융계열사 간에 연결된 데다 고리에 연결된 계열사들이 그룹 전체 지배구조에 영향을 미치는 핵심 회사들이라는 점에서 해법을 찾기가 만만치 않을 것”이라고 평가했다.
증권사들은 제일모직의 목표주가를 높이고 있다. 삼성그룹 지배구조 개편에서 핵심적인 역할을 할 것이라는 무게감, 부동산과 계열사 지분 등의 자산 가치에 대한 기대감이 크다. 제일모직이 지분의 절반 가까이를 보유하고 있는 삼성바이오로직스도 성장 전망이 밝다고 업계는 보고 있다.
유진투자증권은 제일모직 주가가 12만5000원까지 오를 것으로 전망했다. 목표주가를 제시한 8개 증권사의 평균 목표가는 9만5400원이다. 공모주 청약 당시에는 목표주가가 7만∼10만원에 형성됐었다.
백상진 기자 sharky@kmib.co.kr
[기획] 삼성 ‘지주사 시나리오’ 탄력 받을 듯
입력 2014-12-19 02:4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