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사건 계기, 기독교 사회운동 회복돼야”

입력 2014-12-19 02:06
‘새로운 교회를 여는 신학생협의회’는 지난 15일 서울 서대문구 독립문로 감리교신학대에서 ‘세월호 이후 우리가 나아가야 할 길’을 주제로 토론회를 열었다. 발표자로 참여한 신학생들은 “신학도로서 역사의 올바른 푯대를 향해 헌신한 예수 그리스도의 정신을 계승해 나가자”고 입을 모았다.

총신대 평학생회 노진호씨는 “우리는 대제사장이나 레위인이 아니라 강도”라며 “범죄 현장에서 멀찌감치 떨어져 주위를 살피기만 했다”며 자성의 목소리를 냈다. 이어 “영생은 죄를 시인하고 새로워지는 것에 있다”며 “선한 사마리아인과 비교되는 정부와 교회 내의 잘못된 행보를 바로잡고, 구조를 기다리는 나그네들의 이야기를 우리의 이야기로 고백하자”고 말했다.

감신대 도시빈민선교회 최건희씨는 “복음서의 주인공은 가난한 자와 억압받고 차별받는 이들”이라며 “고난 받고 신음하는 사람들을 보면서 가만히 있어서는 결코 안 된다는 메시지가 성경에 있다”고 말했다.

장로회신학대 하나님의선교 소속 최명호씨는 “세월호 참사를 계기로 공감과 영성을 동반한 기독교 사회운동이 회복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기독교 사회운동이 ‘신앙적 아류’로 보이는 경우가 많다”며 “기독교 사회운동이 사회가 공감하고 한국교회 안의 초교파적 공감대를 살 수 있도록 발전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공감을 얻는 방안을 ‘예수 그리스도의 인격적 사역’에서 찾아야 한다고 설명했다. 최씨는 “세월호 유가족을 위한 운동을 할 때 기존 기독교 사회운동은 분노를 무능한 정권에 쏟아내는 방식이었다”며 “이보다 복음서에 나타난 예수의 ‘피해자 중심의 돌봄과 섬김’을 실천한다면 더욱 효과적일 것”이라고 말했다.

한신대 민중신학회 김진모씨는 세월호 참사 이후 신학생들의 정치 참여방식을 분석했다. 김씨는 “감신대생은 세종대왕상 점거, 한신대생은 청계천 삭발단식 농성, 장신대생은 세월호 참사 플래시몹을 펼쳤다”며 “신학생들은 각기 다른 신학적 전통과 환경을 바탕으로 더 큰 연대를 펼치고 있었다”고 말했다. 이어 “신학생들의 연대는 조직과 무리가 아니라 대의와 공감으로 이뤄진 것”이라며 “이렇게 넓게 포진한 작은 섬들이 모일 때 하나님 나라를 향한 견고한 끈을 만들 수 있다”고 전망했다.

‘새로운 교회를 여는 신학생협의회’는 감신대 도시빈민선교회, 총신대 평학생회, 장신대 하나님의 선교, 한신대 민중신학회가 모인 단체다.

진삼열 기자 samuel@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