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쿠바 국교정상화 선언] 러·남미 “축하”… 허 찔린 美공화 “양보만 했다” 반발

입력 2014-12-19 02:32
미국과 쿠바가 17일(현지시간) 반세기 만의 국교 정상화를 선언하자 각국의 환영 논평이 쏟아졌다. 반면 정작 미국 내에서는 이민개혁법 행정명령에 이어 잇달아 허를 찔린 공화당이 강하게 반발하는 가운데 쿠바계 공동체 안에서도 찬반이 엇갈렸다.

국제사회에서 미국과 오랜 대립을 이어온 러시아는 “항상 미국과 쿠바의 관계 정상화에 찬성하는 입장이었다”며 “옳은 방향”이라고 평가했다. 프랑스 독일 스페인 등도 “역사적 전환점”이라며 지지를 표했다.

특히 그간 미주기구(OAS) 정상회의에 쿠바를 참여시키자고 주장해온 남미 국가들은 반색했다. 아르헨티나의 크리스티나 페르난데스 대통령은 “양국의 새출발을 메르코수르(남미공동시장)의 이름으로 축하한다”고 밝혔다. 지우마 호세프 브라질 대통령도 “버락 오바마 대통령과 라울 카스트로 의장, 특히 프란치스코 교황에게 경의를 표한다”고 했다.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 역시 “매우 긍정적”이라며 “유엔은 양국의 우호 관계가 증진되도록 지원할 준비가 돼 있다”고 강조했다.

미 공화당은 “얻은 것 없이 양보만 했다”며 즉각 들고 일어났다. 2016년 대선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정치·외교적 ‘빅 이벤트’임을 감안해 국교 정상화 조치에 제동을 걸 태세다. 공화당 ‘실세’ 존 베이너 하원의장은 성명을 통해 “쿠바 국민이 자유를 만끽하기 전엔 정상화는 물론 재검토조차 안 된다”고 선을 그었다.

쿠바계 미국인들은 둘로 나뉘었다. 카스트로 공산당 정권을 피해 이주한 뒤 미 제도권에 안착한 쿠바인들은 국교 정상화에 크게 분노했다. 이번 관계 정상화 선언이 쿠바의 민주주의와 인권 회복을 어렵게 만들 것이란 이유에서다. 공화당 소속 쿠바계 마리오 디아스-발라트 하원의원은 “야만적 독재정권에 전례 없는 양보만 했다”고 비난했다.

하지만 젊은층과 난민들을 중심으로는 “역사적 진전”이라는 긍정적 목소리가 더 높다. 쿠바계 미국인에 대한 플로리다 국제대학의 최근 여론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68%가 미국과 쿠바의 외교관계 복원에 찬성했으며 특히 젊은층은 90%의 압도적 지지를 보냈다.

정건희 기자 moderat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