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000배로 돌아온 작은 호의

입력 2014-12-19 02:58

영국에서 한 여대생과 노숙인이 퍼뜨리고 있는 ‘기부 바이러스’가 화제가 되고 있다.

영국 중서부 프레스턴시 센트럴랭카셔대학 재학생인 도미니크 해리슨-벤트젠(22·사진)은 얼마 전 외출을 했다가 지갑을 잃어버렸다. 한밤중이었고, 집에 갈 차비도 없는 상황이었다. 그녀가 길에서 어쩔 줄 몰라 하자 근처에 있던 로비라는 이름의 노숙인이 다가왔다. 그는 자신의 수중에 있는 전액인 3파운드(5200원)를 해리슨-벤트젠에게 줬다. 그녀가 처음에는 미안해서 받지 않으려 하자 그는 ‘괜찮으니 받으라’며 돈을 건넸고 덕분에 그녀는 택시를 타고 집에 무사히 올 수 있었다.

그녀는 이후 로비를 찾아가 감사한 마음을 전달했다. 그런데 로비가 일을 하고 싶어도 주소가 없어서 일자리를 구하지 못하고 있다는 사연을 듣게 됐다. 그녀는 이때부터 로비에게 방을 하나 구해줘야겠다고 생각하고 페이스북 등을 통해 모금활동에 돌입했다.

그녀의 모금활동 사실이 알려지자 전 세계에서 기부금이 들어오기 시작했다. 노숙인의 선의와 해리슨-벤트젠의 어진 마음이 사람들을 감동시켰기 때문이다. 영국 일간 가디언은 17일(현지시간) 밤까지 모금액을 집계한 결과 모두 2만1000파운드(3600만원)가 걷혔다고 보도했다.

해리슨-벤트젠은 우선 이 돈으로 로비의 방을 구해주고, 남는 돈은 다른 노숙인들을 위해 사용할 계획이다. 해리슨-벤트젠과 로비는 머리를 맞대고 다른 노숙인들을 돕는 방법을 찾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해리슨-벤트젠은 자신의 페이스북에 “로비의 삶이 바뀐 것뿐만 아니라 프레스턴시의 다른 노숙인들도 축복을 받게 됐다”고 말했다.

손병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