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마당-성기철] 부부 경무관

입력 2014-12-19 02:10

차일혁은 1950년대 초 빨치산 토벌 영웅이었다. 전투경찰대 서남지구 제2연대장이던 53년 9월 지리산에서 빨치산 핵심 세력과 3시간 동안 교전한 끝에 남부군 총사령관 이현상을 사살했다. 비로소 빨치산 토벌작전이 마무리될 수 있었다. 그는 휴머니스트였다. 이현상의 친척들이 후과를 염려해 시신 거두기를 꺼리자 직접 나서서 정중하게 장례를 치러줬다. 반공주의자들이 그의 사상을 문제 삼으려 하자 “그 사람이 죽어서도 빨갱이란 말인가. 당신들은 죽어서까지 공비를 토벌하러 다닐 건가”라며 당당하게 맞섰다. 무주와 충주 경찰서장을 지낸 차일혁은 후에 경무관으로 특진 추서됐다.

최규식은 서울 종로경찰서장이던 68년 1월 박정희 대통령 위해를 목적으로 남파된 김신조 등 북한 124특수부대 무장공비 31명과 교전하다 목숨을 잃었다. 청와대 서쪽 자하문에 수상한 사람들이 나타났다는 신고를 받고 긴급 출동해서다. 경찰관들이 사투를 벌였기에 공비들의 청와대 진입을 막을 수 있었다. 정부는 최규식의 공을 높이 사 경무관으로 특진 추서하고, 인근에 그의 동상을 세웠다.

두 사람이 조국에 몸 바쳐 얻어낸 관직 경무관은 ‘경찰의 별’이라 불린다. 계급장이 5각형인 태극무궁화여서다. 10만5000여명 경찰 조직에서 치안총감(경찰청장), 치안정감(5명), 치안감(26명) 다음으로 높은 계급이다. 경찰청 심의관, 서울·부산·경기 지방경찰청 부장, 기타 지방경찰청 차장, 인구 50만명 이상 지자체 경찰서장에 보임되며 3급 공무원 대우를 받는다. 현재 경무관은 43명에 불과하다.

처음으로 ‘부부 경무관’이 탄생했다. 17일 경찰 인사에서 경무관으로 승진한 현재섭 경기경찰청 외사과장은 지난 1월 먼저 승진한 김해경 서울 송파경찰서장의 남편이다. 남편은 경찰대 1기 출신이고, 아내는 순경으로 입직했다. 두 경찰관 모두 남다른 능력을 갖췄기에 별을 달 수 있었을 것이다. 최근 경찰은 청와대 문서유출 사건으로 만신창이가 됐다. 정보경찰은 대수술이 불가피하다. 경찰의 개혁과 명예 회복에 두 사람이 큰 역할을 했으면 좋겠다.

성기철 논설위원 kcsu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