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애기봉 성탄트리 세우지 않겠다는 한기총의 결단

입력 2014-12-19 02:18
한국기독교총연합회(한기총)가 경기도 김포 애기봉에 성탄트리를 설치하려던 계획을 전격 철회했다. 한기총은 18일 기자회견을 갖고 지난 10월 철거된 애기봉 등탑 자리에 오는 23일부터 내년 1월 6일까지 높이 9m의 성탄트리를 세우기로 했던 계획을 취소한다고 밝혔다.

한기총이 입장을 바꾼 것은 무엇보다 반대 여론이 생각보다 거센 데다 교계 내부에서도 논란이 적지 않았기 때문으로 보인다. 한기총은 애기봉 성탄트리를 평화와 화해의 상징으로 보고 설치하겠다는 입장을 견지해 왔다. 국방부도 한기총의 의견을 존중해 이달 초 이를 허용했다. 그러나 김포시를 비롯한 군사분계선 접경지역 주민들이 적극적으로 반대하면서 난항에 부닥쳤다. 특히 조선그리스도교연맹 등이 포함된 조선종교인협의회가 지난 4일 “용납 못할 망동”이라며 강하게 비난하면서 곤혹스러운 입장에 빠졌다. 여기에 한기총과 함께 한국교회를 대변하는 양대 기관인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조차 반대 의사를 분명히 해 부담이 적지 않았을 것으로 관측된다.

한기총의 이번 결단이 지난 9월 새 대표회장에 이영훈 목사가 취임한 이후 변화된 조직의 방향성을 그대로 드러낸 것이란 해석도 적지 않다. 이 대표회장은 취임 직후부터 분열과 갈등을 치유하겠다는 입장을 천명해 왔다. 이런 까닭에 취지가 순수하다 하더라도 교회는 물론 국민들 간에 갈등을 조장할 수 있는 애기봉 성탄트리를 구태여 추진할 필요가 없다고 판단했을 가능성이 높다. 이 대표회장 부임 이후 한국교회연합과의 적극적인 통합을 모색하고 사회를 향한 건강한 목소리를 내놓는 등 한기총의 행보가 많이 달라졌다는 점이 이를 뒷받침한다.

애기봉 성탄트리는 1954년 소나무에 처음 불을 밝히면서 비롯됐다. 그동안 정치적 곡절을 겪으면서 중단되기도 했으나 남북의 평화를 도모하는 상징으로 인식돼 왔음은 분명하다. 이를 두고 더 이상 이념 논쟁을 벌이는 것은 무의미하다. 북한도 너무 민감하게 받아들이지 않기를 바란다. 종교를 떠나 성탄절은 전 세계인이 한마음으로 기뻐하는 날이 아닌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