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귀 열고 있다”는 청와대, 인적 쇄신 서둘러야

입력 2014-12-19 02:17
19일은 박근혜 대통령이 제18대 대통령에 당선된 지 2년 되는 날이다. 당직자 600여명을 청와대로 초청해 오찬을 한 데 이어 당 지도부와 만찬을 하며 자축했던 지난해와 달리 박 대통령은 올해 특별한 행사 없이 평소 일정을 소화하며 보낼 예정이라고 한다. 이른바 ‘정윤회 문건’ 파문으로 온 나라가 혼돈에 빠져 있는 비정상시국에 축하잔치를 한다는 게 가당찮기는 하다.

분위기가 1년 만에 180도 바뀐 주요한 원인은 국회의장까지 걱정할 정도로 박 대통령의 소통 방식에 문제가 있기 때문이라는 지적이 지배적이다. 대통령 본인이 아무리 “소통엔 문제가 없다”고 해도 절대 다수가 “그렇지 않다”고 느끼면 분명 문제가 있는 것이다. 문건 파문 이후 시중의 여론은 물론 여권 내에서조차 인적 쇄신 요구가 끊이지 않았다. 그럼에도 대통령은 버티기로 일관, 결과적으로 사태를 악화시켰다.

이런 와중에 청와대가 파문 이후 처음으로 인적 쇄신 필요성을 인정한 것은 늦었지만 수습의 단초를 마련했다는 점에서 긍정적으로 평가할 만하다. 민경욱 청와대 대변인은 18일 정례 브리핑에서 “청와대가 쇄신 요구에 대해 귀를 닫는 것은 아니다”며 “고귀한 의견들을 눈여겨보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눈여겨보는 것만으론 부족하다. 반드시 실천에 옮겨야 할 일이다.

인적 쇄신은 검찰 수사 결과 발표 직후 이뤄져야 한다. 분명한 건 비서실 통제에 실패한 김기춘 대통령 비서실장과 ‘문고리 권력’ 3인방에 대해서는 어떤 형태로든 책임을 물어야 한다는 점이다. 이들을 배제한 인적 쇄신은 국민이 납득하지 못할 뿐더러 제2의 비선실세 의혹에 휘말릴 수 있다. 국정이 흔들릴 정도의 엄청난 스캔들의 당사자를 아무 일 없었던 듯 그냥 넘어간다면 권력의 속성상 이들 주변에 더 많은 사람들이 모이게 돼 있다.

개각도 적극 검토해야 한다. 세월호 참사에 대한 책임을 지고 사표를 냈던 정홍원 국무총리는 세월호 특별법이 제정된 만큼 그 역할이 끝났다고 본다. 박 대통령이 내년 집권 3년차를 맞아 세월호 참사와 문건 파문으로 상실한 국정동력을 회복하기 위해서도 대대적인 쇄신은 불가피하다. 내년은 박근혜정부에서 선거가 없는 유일한 해다. 정치적 이해관계에 얽매이지 않고 소신 있게 국정을 펼 수 있는 사실상 마지막 해다. 실기하면 이 소중한 기회를 허송한다. 대통령의 스타일이 바뀌어야 한다. 그래야 내년 오늘 청와대에서 대선승리 3주년 자축연도 할 수 있다. 대면보고를 대폭 늘리는 등 소통을 강화하고 비밀주의에서 벗어나 열린 국정을 펼치면 가능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