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온의 소리-김도일] 비상대기 5분조

입력 2014-12-19 02:30 수정 2014-12-19 15:09

30여년 전 군대생활 할 때의 일이다. 한밤중에라도 “비상” “비상” 하는 상관의 다급한 목소리가 들리면 소대원들은 모두 일어나 완전군장을 하고 연병장에 집합해야 했다. 아무리 청년 때라고 해도 ‘5분 대기조’에 편성돼 비상훈련을 받을 때는 괴로움이 컸다. 이 5분 대기조에 편성되면 한여름에도 군화를 신고 잠을 자야 했다. 몸에서 냄새가 나더라도 인내해야 했다.

냄새나는 군화를 신고 곯아떨어졌다가 급작스럽게 일어나 눈을 비비며 소총을 챙기는 건 군인의 의무였다. 소대원들은 늘 준비하는 수밖에 없었다. 참고 또 참는 수밖에 없었다. 군인에게 주어진 선택권은 아예 없었다.

‘언제 이 지긋지긋한 군대생활이 끝날까’라며 동기들끼리 내무반 뒤에 옹기종기 모여 한숨을 쉬던 때가 어제 같다. 그러나 국방부의 시계는 천천히, 하염없이 흘러갔다. 그리고 결국은 병장이 돼서 제대의 환희를 맛보게 되었다. 지내고 보면 그때의 비상대기 5분조 훈련은 훗날 사회생활을 하는 데 양약이 되었고 신앙생활에도 적잖은 도움을 주었다.

오랜 세월이 지난 요즘도 가끔 비상대기 5분조와 유사한 상황을 꿈속에서 만난다. “설교 시간입니다.” 단에 서라고 하는 사회자를 따라 꼬불꼬불한 설교단으로 올라가 설교를 하려는 순간, 설교준비가 미쳐 다 끝나지 않았음을 발견하고 소스라치게 놀라는 장면이 꿈에서 나올 때가 있다. 그러면 땀이 비 오듯 흐른다. 그러다 잠에서 깨어 놀란 가슴을 쓸어내리곤 한다. 아무리 갑작스런 비상상황이 전개돼도 준비만 돼 있다면 감당하지 못할 이유가 없다는 비밀을 군생활에서 얻은 것은 참으로 큰 수확이었다.

우리 주 예수 그리스도는 언젠가 다시 오신다. 마치 비상대기조에 편성된 군인처럼 우리는 그분의 다시 오심을 대비해야 한다. 어느 날 “비상” “비상” 하고 외치는 자의 소리를 들을 때가 반드시 올 것이다. 그래서 신약 기자는 “허리에 띠를 띠고 등불을 켜고 서 있으라”(눅 12:35)고 권한다. 곧 비상사태가 펼쳐질 것이다. 마지막 때에 준비가 되지 않은 사람은 그 순간이 저주의 순간이 된다. 그 때가 되면 아무리 좋아도 세상살이의 모든 것은 내려놓고 가야 한다.

우리는 이 세상에 너무 집착하지 말고 급히 여행을 떠날 사람처럼 허리에 띠를 매고 있어야 한다. 그리고 함께 여행을 떠나기 위해 오시는 분의 길을 밝히기 위해 등불을 켜고 서 있어야 한다. 주님은 마지막 심판을 위하여 반드시 다시 오신다.

“거기로부터 살아 있는 자와 죽은 자를 심판하러 오시리라.” 무엇에 대한 심판일까. 그것은 자기의 주인을 주인으로 알아보는가에 대한 심판일 것이다. “소는 그 임자를 알고 나귀는 그 주인의 구유를 알건마는 이스라엘은 알지 못하고 나의 백성은 깨닫지 못하는도다.”(사 1:3) 우리는 주인이신 하나님을 알아야 하고 그분의 뜻을 헤아려야 한다. 그리고 나귀가 그렇듯이 자기 주인의 여물통에서만 양식을 구해야 한다. 다른 사람을 주인인 줄 알고 그이의 여물통에 기웃거리지 말아야 한다.

크리스천은 무엇보다 비상대기 5분조에 속한 군인처럼 주인을 따라 나설 준비를 철저하게 해야 한다. 주님 오시기까지 이 세상에서 우리가 가져야 할 마음의 옷매무새를 다시 살펴보자.

김도일 교수(장신대 기독교교육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