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아이의 부모는 아이가 생각 없이 산다고 했다. 생각 없이 제 멋대로 산다고 했다. 연예인이 되겠다고 하질 않나 밤새도록 놀지를 않나 그러더니 갑자기 두문불출하고 그림만 그려댄다고 했다. 몇 달을 남의 그림을 보고 그대로 베껴 그리더니 어느 날 갑자기 공부를 해야겠다며 요즘은 머리털이 빠지도록 공부를 한다고 했다. 왜 갑자기 공부할 생각을 했느냐고 했더니 자기 인생에 대해 생각을 많이 한 결과라고 했단다. 부모는 생각 없이 산다고 했지만 자신은 너무 많은 생각을 하며 살았다고 하더란다. 부모의 뜻대로 살아주지 못하는 자식을 보며 부모는 ‘생각 없이 산다’고 한다. 그런데 사실 부모의 생각대로 살아주지 못하는 것이지 자신의 생각이 없는 것은 아니다. 자신이 살아내야 하는 인생의 몫에 대해 나름대로 머리 아프게 생각하고 또 생각하며 살고 있는 것이다.
지인의 자식 이야기를 들으며 내 조카가 다섯 살 때 입을 쑥 내밀고 하던 말이 생각났다. “어른들 생각만 있고 내 생각은 없는거야?” 맹랑한 꼬마였던 조카는 자기도 생각이 있다는 것을 누누이 어른들에게 주입시키곤 했다. 어른들은 자신의 생각을 강요하려 하지 아이들의 생각을 읽으려 하지는 않는다. 자식의 생각을 읽으려면 부모는 자신의 신을 벗어 버려야 한다. 내 신을 자식의 발에 맞추려 해서는 안 되는 것이다.
아이들은 어른들이 자신이 가지고 있는 생각을 찾아내어 주기를 원한다. 자신 안에 있는 아름다움을 찾아내 주기를 원한다. ‘See me beautiful’이란 간절한 바람의 외국 동요가 있다. “내 안에 아름다움을 바라보아 주세요…그게 진정한 내 모습이에요…시간이 좀 걸리더라도 찾아내기 힘겹다 해도. 내 안의 아름다움을 바라보아 주세요…내가 빛나 보일 수 있도록. 그렇게 내 안의 아름다움을 봐줄 수 있나요?” 아이들의 생각 읽기는 아이 안에 있는 아름다움을 찾아내겠다는 의지에서 그리고 오래 참아내겠다는 마음에서 생겨나는 것이다. 힘겹더라도 그렇게 할 때 내 아이가 빛나 보일 수 있는 것이다.
오인숙(치유상담교육연구원 교수·작가)
[힐링노트-오인숙] 아이들의 생각 읽기
입력 2014-12-20 02: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