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자지구 기독교인들은 이중의 고난을 당해왔습니다. 이스라엘과 하마스 간 전쟁 피해를 당했고 강경 무슬림의 표적이 됐습니다. 많은 신자들이 가자를 떠났고, 얼마 남지 않은 크리스천조차 희망을 잃어가고 있습니다. 오직 기도밖에는 남은 게 없습니다. 가자에도 기독교인이 있다는 것을 기억해주십시오.”
지난 9일 팔레스타인 가자지구에서 만난 가자침례교회 담임 한나 마헤르(35·사진) 목사는 “강경파 하마스가 통치하는 가자지구에도 기독교인이 살고 있다”며 이렇게 말했다.
그에 따르면 가자지구 기독교인 수는 1300여명. 180만명 가자지구 주민의 0.07%에 해당한다. 지난 전쟁 이전까지 1700여명이 살았으나 그 사이 400명이 빠져나갔다. 성탄절을 전후해 더 줄어들 거란 전망도 나온다.
그는 “한국을 비롯한 서구 기독교인들은 가자지구에 기독교인이 존재한다는 것 자체를 몰랐을 것”이라며 “이곳 신자들은 수십년간 반복된 전쟁으로 아무 것도 할 수 없다는 자포자기 상태에 처해 있다”고 말했다.
현재 가자침례교회는 예배당 건물이 없다. 과거엔 교회당 건물이 있었지만 전쟁과 핍박으로 문을 닫았다. 대신 교회 부설기관인 도서관이 예배실이 됐다. 10여년 전까지 100여 가정에 달했던 교인들은 이제 9가정으로 줄었다. 마헤르 목사는 “신자들 사이엔 근본적 질문을 던지는 사람이 많다”며 “우리가 왜 고난을 당해야 하냐고 물어온다”고 말했다.
가자 기독교인의 고민은 깊어가고 있지만 가자침례교회의 존재감은 여전히 크다. 1954년 설립된 교회는 당시 외국선교사회가 설립한 병원을 운영하면서 의료 서비스를 담당해 왔다. 63∼77년까지는 가자지구 교회의 부흥을 이끌었고 87년 이스라엘에 대한 봉기인 1차 인티파다 시절엔 상처 입은 무슬림 이웃을 돌봤다. 교회는 현재 인근 라이트하우스초등학교와 도서관 등과 협력하면서 섬김의 사명을 다하면서 복음을 전하고 있다.
가자지구 기독교회는 서기 402년 세워진 그리스정교회를 비롯해 라틴교회, 성공회, 로마가톨릭교회, 가자침례교회 등으로 구성돼 있다. 이집트 출신인 마헤르 목사는 3년 전부터 담임목사로 활동 중이다.
마헤르 목사는 “그래도 사명감으로 가자를 지키는 기독교인이 많다”며 “가자의 교회를 위해 기도해 달라”고 덧붙였다. WD는 지난 9일 가자지구 어린이 교육과 구호를 위해 4000만원을 전달했다.
가자(팔레스타인)=글·사진 신상목 기자
[인터뷰] “왜 고통을 받느냐 물어옵니다 고통받는 1300여명 가자지구 기독인 잊지 마세요”
입력 2014-12-20 03:5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