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종성의 가스펠 로드] (36) 소아시아 7교회 탐방-세 번째 터키 방문

입력 2014-12-20 02:15
찌는 듯한 더위 속에서 찾은 베르가마(버가모) 교회 모습. 붉은색의 화려한 건물을 둘러보며 요즘 한국교회를 떠올렸다. 마치 교회를 향해 "회개하라"고 말씀하시는 하나님의 음성이 들리는 듯했다.

복음적이었음에, 고난에 인내할 줄 알았음에 칭찬을 받았던 에베소 교회. 그러나 ‘처음 사랑을 버렸노라’고 책망 받았다. 지금 나의 상황과 별반 다르지 않다. 나는 에베소 지역의 원형 경기장에서 시간을 뒤로 걸어 그 옛날 성경의 역사를 가늠해 보고 있었다. 문득 오랜 자전거 비전트립 가운데 첫마음이 식어졌음을 느꼈다. 감사도 귀찮고, 말씀 묵상도 건너뛰거나 대충 하는 날이 많아졌다. 어느새 에베소 교회의 일원이 되어 있었다.

지쳤다는 건 핑계였다. 실로 중대한 잘못을 저질렀다. 여행에 대한 노하우가 쌓여갈수록 하나님의 개입을 크게 필요로 여기지 않게 되었다. 말씀이 살아 있는 회복이 필요했다. 믿음의 선조들 자취를 따라가며 하나님의 역사하심을 보고 싶었다. 그래서 계획했다. 터키의 소아시아 7교회와 유럽의 종교개혁지를 둘러보기로.

벌써 3번째 터키 방문이다. 자전거를 타고 한국과 혈맹을 맺은 이 나라의 구석구석을 탐험하고 있었다. 겨울엔 혹독한 추위를 겪었고, 여름에는 현기증 나는 더위에 지쳐 아무 곳이나 털썩 주저앉곤 했다. 그래도 감사했다. 크리스천이라고 소개를 해도 그들은 항상 인자한 낯으로 초대에 앞 다퉜다. 어느 마을을 가든 집으로 초대하려는 사람을 쉽게 만났다. 이들에겐 내 페이스북 이름이 갈렙이고, 기독교인이라는 게 그리 중요하지 않았다. 한국전쟁 참전, ‘2002 월드컵’의 감동, 그리고 싸이의 ‘강남 스타일’로 밤늦게까지 이야기꽃을 피우며 한국에서 온 청년이라는 사실에만 주목했다. 7교회를 간다는 말에는 오히려 차와 주전부리를 제공하며 루트를 자세하게 가르쳐주곤 했다.

베르가마(버가모)에서 찌는 듯한 더위 속에 자전거를 끌고 교회를 둘러보았다. 화려한 바실리카 양식의 건물 속에서 당시 우상들을 섬기던 퇴폐적 향락의 모습을 상상해 보았다. 사탄의 권자가 있는 곳, 니골라당과 발람의 교훈을 따랐던 곳이다. 우상 섬김의 향연은 이 시대에도 교묘하게 때론 대담하게 계속되고 있다. “회개하라!”고 말씀하신 하나님 음성은 오늘을 사는 나에게도 동일하게 적용된다. 말씀이 나를 찌른다. 때론 하나님보다 사랑하는 것들로 마음을 쏟는 이율배반적인 내가 어쩔 수 없는 연약한 그리스도인임을, 그러나 다시 말씀에 돌아서서 ‘감추었던 만나’와 ‘흰 돌’의 은혜를 고백하지 않을 수 없는 버가모 교회를 향한 시선을 카메라에 담았다.

두아디라 교회를 거쳐 사데 교회에 당도했을 땐 긍휼함과 부끄러움에 젖은 마음을 진정시켜야 했다. 부흥의 전성기를 맞았음에도 영적 내실은 곤핍해져만 갔던 사데 교회의 껍데기 신앙은 꼭 오늘날 한국 교회를 떠올리게 했다. 그렇지만 신앙과 믿음의 행실이 일치하여 ‘옷을 더럽히지 아니한 자 몇 명이 네게 있어 흰 옷을 입고 나와 함께 다니리니’라고 언급한 것처럼 오직 믿음, 오직 그리스도로 하나님 말씀에 순종하는 이들 또한 있음에 감사할 수밖에 없었다.

빌라델비아 교회 방문은 은혜 그 자체였다. ‘작은 능력을 가지고도 내 말을 지키며 내 이름을 배반하지 아니하였도다’고 칭찬받은 이 교회가, 이 믿음이 내가 기도하는 그리스도인의 공동체 모습이다. 작은 교회에서 들풀처럼 일어나는 믿음의 행전들을 하나님께서 기뻐하시리라 생각했다. 이후에도 터키의 기독교 유적지를 방문하면서 나는 성경의 활자들이 주는 가볍지 않은 진리의 향연에 푹 빠졌다. 자전거를 타고 광야 여행을 하면서 나는 소아시아의 7교회가 오늘날 교회에 던지는 메시지가 무엇인지 내내 생각하고 또 생각했다.

문종성(작가·vision-mate@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