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톡톡! 한국의 문화유산] 정선의 아름다운 광나루 그림

입력 2014-12-19 02:10
겸재 정선의 '광진(廣津)'. 간송미술문화재단 제공

한강은 아름다운 강이다. 겸재 정선(1676∼1759)은 광나루를 참으로 아름답게 그렸다. 호수처럼 보이는 물 위에는 돛단배들이 지나간다. 나루에 매인 나룻배 두 척은 천호동에서 건너왔을 것이다. 아차산과 용마산은 쌍봉처럼 한강을 굽어보고 있고, 고관들의 별장이 있는 바위산 중턱에서 노송들은 긴 가지를 펼치고 있다. 이 그림은 워커힐호텔과 광진정보도서관이 들어선 광장동과 아차산 일대의 300년 전 모습이다.

서울 일대를 그린 정선의 ‘광진’ 그림은 매우 귀하다. 이렇게 아름다웠던 옛 모습은 상상하기 어렵다. 선 몇 줄로 표현한 산은 지금 형상 그대로다. 아차산과 용마산이 엇갈린 각도를 보면 이 그림은 암사동 어귀에서 그린 듯하다. 충주에서 배를 타면 서울 어귀인 광나루까지 하루 만에 도착했다고 120년 전 기록에 나온다. 물산은 광나루에 모이지 않았다. 마포로 가야 남대문으로 바로 보낼 수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림 속 돛단배들은 광나루를 지나치고 있다.

서울 동대문디자인플라자에서 14일부터 ‘간송문화전 3부: 진경산수화-우리 강산, 우리 그림’이 열리고 있다. 겸재가 그린 서울을 여기에서 볼 수 있다. 종로구 청운동, 강남구 압구정동, 송파구 송파진, 강서구 가양동, 광진구 아차산, 마포구 양화대교 일대의 300년 전 그림들이다. 진경산수화의 정수가 가득하다. 전시회는 내년 5월 10일까지 열린다.

최성자(문화재청 문화재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