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의자로 檢앞에 선 ‘땅콩회항’

입력 2014-12-18 13:42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이 17일 피의자 신분으로 검찰에 출석했다. 지난 5일(미국 현지시간) 뉴욕발 대한항공기가 ‘땅콩 회항’을 한 지 12일 만이다.

◇조현아 “죄송합니다”=오후 1시50분쯤 서울서부지검에 도착한 조 전 부사장은 서창희 변호사와 승용차에서 내려 취재진 앞에 섰다. 목도리를 빼곤 코트 바지 신발 가방을 모두 검은색으로 맞춘 차림이었다. 당황한 듯 포토라인을 찾지 못해 정면이 아닌 측면을 보고 허리 숙여 인사하기도 했다.

승무원 폭행을 인정하느냐 등 10여분간 쏟아진 취재진 질문에 침묵으로 일관했다. 사과가 늦어진 이유와 수사에 임하는 심경을 묻자 “죄송합니다”라고 작은 목소리로 답했다. 푹 숙인 고개 아래로 눈가에 눈물이 맺혔다가 콧등을 타고 떨어졌다.

서울서부지검 형사5부(부장검사 이근수)는 조 전 부사장을 밤늦도록 강도 높게 조사했다. 형사처벌 수위는 승무원에 대한 폭행·폭언과 항공기를 되돌린(램프 리턴) 혐의의 입증 여부에 달려 있다. 사무장을 밀치고 손등을 파일로 친 혐의가 인정될 경우 항공보안법 46조(항공기 안전운항 저해 폭행죄)로 5년 이하 징역형을 받을 수 있다. 사실상 램프 리턴을 지시했다고 입증되면 항공보안법 제42조(항공기 항로 변경죄)에 따라 1년 이상 10년 이하 징역형을 받게 된다.

검찰은 항공보안법 위반 혐의를 적용하기 어려울 경우 형법상 폭행죄나 위력에 의한 업무방해죄를 적용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폭행이 안전운항을 저해했는지, 항로 변경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쳤는지 입증하기가 까다롭기 때문이다. 항공보안법이 아닌 형법으로 기소할 경우 처벌 강도가 약해진다. 항공법 전문가는 “국민적 분노는 크지만 항공보안법을 적용하기 까다로운 부분이 있고 사실상 판례도 없다”고 설명했다.

◇사무장 “조직적 증거인멸 시도”=박창진 사무장은 이날 저녁 KBS 인터뷰에서 대한항공이 조직적으로 증거인멸을 시도했다고 주장했다. 그는 국토부에서 처음 조사받은 지난 8일 회사 관계자들 앞에서 10차례 이상 초등학생이 받아쓰기 하듯 사실관계 확인서를 다시 썼다고 말했다. 그는 “확인서를 국토부 조사관에게 내가 보낸 것처럼 재전송하라 해서 내 이메일로 보냈다”며 “회사 측은 나와 직원들에게 최초 보고 이메일을 삭제하란 주문도 했었다”고 덧붙였다.

조 전 부사장이 박 사무장 집에 남긴 사과 쪽지도 공개했다. 수첩을 찢은 종이에 검은 펜으로 ‘박창진 사무장님 직접 만나 사과드리려고 했는데 못 만나고 갑니다. 미안합니다’라고 적혀 있었다. 그는 “진정성을 갖고 사과하리라 생각했는데 그 사람(조 전 부사장)은 변하지 않았다”며 “자존감을 찾기 위해 대한항공을 그만두지 않기로 결심했다”고 밝혔다.

대한항공조종사노조는 지난 15일 CIRP(위기대응)팀을 구성해 ‘땅콩 회항’ 항공기에 탔던 조종사 4명(기장 2명, 부기장 2명)을 모처로 옮겨 심리적 안정을 찾도록 지원하고 있다고 이날 밝혔다. CIRP는 대형 사고로 정신적 충격을 입은 조종사를 위한 프로그램이다.

전수민 임지훈 기자 suminis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