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유가 급락으로 촉발된 러시아 금융 불안 사태가 전 세계 금융시장을 흔들 ‘시한폭탄’이 되고 있다. 국내 금융시장은 아직까지 상대적으로 안정된 모습으로 ‘선방’하고 있어 1998년 러시아의 채무 불이행(디폴트)에 따른 충격이 재연될 가능성은 작아 보인다. 하지만 국제 금융시장 전반으로 확대되면 한국도 안심할 상황은 아니다.
16일(현지시간) 러시아 중앙은행은 환율 방어를 위해 기준금리를 무려 6.5% 포인트나 인상했음에도 루블화 가치가 폭락하고, 증시도 주요 주가지수 RTS가 12.3% 폭락하며 ‘검은 화요일’을 기록했다.
17일 모스크바 외환시장에서 달러 대비 루블 환율은 전날(67.88루블)보다 소폭 하락한 64.74루블(현재시간 오후 5시)로 그나마 안정된 모습이다. 유로화 대비 환율도 전날 85.15루블보다 내려간 80.71루블을 나타냈다. 그러나 러시아 국민들은 공산품과 달러 사재기에 나서고 은행 예금 인출 러시를 이루는 등 혼돈에 빠져들고 있다.
러시아 경제가 이처럼 속수무책으로 악화되면서 우려가 확산되고 있다. 러시아의 디폴트 가능성을 33%로 추산한 대우증권은 “2008년 리먼브러더스 파산 당시 러시아의 디폴트 가능성이 57%였던 것에 비하면 낮은 수준이지만 당시 단기로 그친 국제유가 하락이 지금은 장기화될 조짐”이라면서 “러시아의 디폴트 우려는 앞으로 더 커질 수 있다”고 분석했다. 러시아 사태 여파는 당장 신흥국을 흔들고 있다. 터키 리라화 가치가 사상 최저치를 기록하고, 인도네시아 루피아화도 16년 만에 최저 수준을 보였다. 글로벌 자금도 미국 독일 등 10년물 국채로 몰리는 등 안전자산 선호 현상이 뚜렷해졌다.
한국 금융시장은 비교적 안정된 모습을 유지하고 있다. 코스피는 이날 장중엔 소폭 상승세를 유지하다 하락했지만 1900선을 지켰다. 원·달러 환율도 미국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를 앞두고 상승했을 뿐 러시아 위기의 영향은 받지 않았다.
그러나 러시아 사태가 국제 금융시장 전반으로 전염되거나 유로존 경제를 더 억누르는 방향으로 이어질 경우 한국도 자유로울 수 없다. 기재부 다른 관계자는 “상황이 신흥국 금융위기로 변질될 가능성이 있어 예의주시하고 있다”면서 “유럽 경제에 미칠 여파에 따라 한국도 간접적 영향권에 들어갈 수 있다”고 말했다.
조민영 임세정 기자 mymi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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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4-12-18 03:31 수정 2014-12-18 09: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