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가 심각한 금융 혼란을 겪고 있는 가운데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16일(현지시간) 독일·프랑스·우크라이나 정상들과 잇따라 전화통화를 하고 우크라이나 사태 해결 방안을 논의했다.
크렘린궁 공보실에 따르면 푸틴 대통령은 이날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 프랑수아 올랑드 프랑스 대통령, 페트로 포로셴코 우크라이나 대통령 등과의 잇단 전화통화에서 일시 중단된 우크라이나 동부 지역의 교전 사태를 영구적 평화로 전환하기 위한 방안을 집중 논의했다.
정상들은 특히 지난 9월 합의된 민스크 평화협정을 이행하기 위해 추가로 접촉그룹(협상 대표 그룹) 회의를 재개할 필요가 있다는 데 공감한 것으로 알려졌다.
우크라이나 정부와 분리주의 반군, 러시아, 유럽안보협력기구(OSCE) 대표들은 지난 9월 초 벨라루스 수도 민스크에서 회동해 우크라이나 동부 지역의 교전을 중단하기로 합의했지만 이후 산발적 교전이 계속되면서 합의가 제대로 지켜지지 않았다.
푸틴과 서방 정상들의 통화는 이날 러시아 루블화가 달러와 유로 대비 20% 이상 폭락하면서 금융 혼란이 한층 심해진 뒤 이루어졌다.
루블화 가치는 이번 주에만 15% 하락했으며 연초 대비 절반 가까이 폭락했다. 국제통화기금(IMF)은 올 연말까지 러시아 외환시장에서 1000억 달러가량이 빠져나갈 것이라고 전망했다.
러시아 국민들은 환율이 천정부지로 치솟자 앞다퉈 은행으로 달려갔다. 물가가 폭등하기 전에 사재기를 하거나 외화로 바꾸기 위해서다.
국영은행인 스베르방크 등 러시아 주요 은행들은 전날 고객들의 대규모 예금 인출로 달러와 유로화 곳간이 이미 비었다고 밝혔다. 월스트리트저널은 “지금 러시아에서는 루블화를 인출해 비싼 전자기기나 자동차를 사두려는 사람들이 길게 줄을 서 있다”면서 “텅 빈 현금자동인출기는 루블화 폭락에 따른 물가 폭등에 대한 국민들의 불안을 반영한다”고 보도했다.
외환시장이 요동치면서 국민들의 고통도 커지고 있다. 예금이 많지 않고 루블화만 사용하는 서민층은 물가가 올라 어려움을 겪고 있다. 백화점은 가격이 오르기 전에 제품을 사려는 사람들로 북적였고 모스크바 시내의 애플 매장은 인상된 가격을 표시하기 위해 기존 가격표를 떼버리기도 했다. 타티아나 보이초바(28·여)는 “해외여행을 가려던 친구들이 계획을 줄줄이 포기하고 있다”면서 “여행 가서 쓰는 비용이 부담스러워 예약금이 환불되지 않아도 취소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임세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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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4-12-18 03:41 수정 2014-12-18 09: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