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일 3주기 맞은 북한] 최룡해·황병서·김영남 등 핵심인사들 건재 과시

입력 2014-12-18 03:58
김정은 북한 노동당 제1비서(가운데)가 김정일 국방위원장 사망 3주기인 17일 평양 금수산태양궁전 앞 광장에서 열린 중앙추모대회에 참석해 주석단에 서 있다. 왼쪽부터 황병서 인민군 총정치국장, 최룡해 노동당 비서, 김 제1비서, 김영남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 박봉주 내각 총리. 김 제1비서를 비롯해 당·정·군 고위간부들은 모두 왼쪽 팔에 검은완장을 두르고 나왔다.연합뉴스
김정은 북한 노동당 제1비서는 17일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3주기를 맞아 평양 금수산태양궁전을 참배했다. 참배 이후 궁전 앞 광장에서 중앙추모대회가 거행됐다.

북한의 권력 서열을 가늠해볼 수 있는 추모대회 주석단 자리 배치와 참배 순서 등에서 2주기와 큰 차이점이 나타나지 않았다. 김 제1비서의 권력 기반이 안정기에 접어들었다는 판단이 제기되는 대목으로 당분간 권력구도에 큰 변동이 없을 것으로 관측된다.

주석단에는 김 제1비서가 중심에 섰다. 그의 우측에 최룡해 당 비서, 황병서 인민군 총정치국장, 현영철 인민무력부장, 이영길 총참모장 등 순서로 섰고, 좌측에는 김영남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 박봉주 내각 총리, 최태복 최고인민회의 의장, 박도춘 당 비서 순으로 배치됐다. 황 총정치국장을 제외한 인사는 지난해에도 주석단 자리에 앉은 인물들이다.

앞서 김 제1비서는 부인 이설주와 함께 당·군·정의 핵심인사들을 대동하고 김일성 주석과 김 위원장의 시신이 안치된 궁전을 찾았다. 참배 1열의 앞 순서로 호명된 인사는 2주기와 완전히 똑같다. 김 제1비서와 이설주 뒤로 김영남 최룡해 박봉주 황병서 김기남 최태복 현영철 이영길 박도춘 순이다. 김 제1비서의 고모이자 지난해 말 처형된 장성택의 부인 김경희는 모습을 보이지 않았다. 김 제1비서 여동생 김여정 노동당 부부장은 차관급인 점이 고려된 듯 모습을 보이지 않았다.

그밖에 지난 5월 평양의 아파트 붕괴 사고로 경질설이 돌았던 최부일 인민보안부장, 일부 탈북자 단체가 숙청을 주장했던 김경옥 당 조직지도부 제1부부장도 참배 행사에 참석했다.

추모사 낭독 등 추모대회 진행 과정도 지난해와 비슷했다. 김기남 당 비서가 사회를 봤고, 김 상임위원장이 추모사를 낭독했다. 결의연설을 한 최 비서는 “김정은 동지를 단결의 중심, 영도의 중심으로 높이 받들며 당의 유일적 영도체계를 더욱 철저히 세워 나가겠다”며 2인자의 면모를 보였다. 새롭게 연설자에 낀 군부 1인자 황 총정치국장은 “우리 총대는 영원히 변하지도 흔들리지도 않는 김일성, 김정일 총대, 김정은 총대”라고 맹세했다.

삼년상에 큰 의미를 부여하는 북한은 이날 전국적인 추모 분위기에 휩싸였다. 조선중앙TV가 0시부터 이례적인 ‘밤샘’ 방송을 하는 등 당국이 나서 삼년상 애도 분위기를 한껏 끌어올렸다. 김 위원장에 대한 신격화는 집권 4년차를 맞은 김 제1비서에 대한 충성 맹세로 귀결된다. 김 제1비서를 비롯해 주석단 배석자 전원이 왼팔에 상중을 의미하는 검은 완장을 찬 점이 바뀐 모습이었다. ‘3년 탈상’의 의미를 부각시킨 것으로 풀이된다. 정부 관계자는 “김 제1비서 중심의 ‘단결’을 강조한 것으로 보인다”고 평가했다.

북한 주민들은 정오를 기해 3분간 추모 묵념을 했다. 주민들은 추모 사이렌이 울리자 평양 만수대언덕, 김일성광장 등에서 일제히 고개를 90도로 숙이고 김 위원장을 추모했다. 버스, 자동차, 기차 등도 묵념을 위해 운행을 멈췄다. 주민들의 추모 묵념은 김 위원장 1주기인 2012년에 이어 두 번째다.

한편 중국에서는 류윈산(劉雲山) 공산당 중앙정치국 상무위원이 베이징 주재 북한대사관을 방문해 김 위원장 3주기 추도식에 참석했다. 류 상무위원은 중국 최고지도부의 일원이자 공산당 권력 서열 5위이다. 추도 행사에 최고위급 인사를 파견한 것으로 최근 소원해진 북·중 관계를 개선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낸 것으로 보인다.

유동근 기자 dkyo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