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드보이 ‘빅3’ 문재인·정세균·박지원의 귀환… 당내선 세대 교체 목소리

입력 2014-12-18 03:50
문재인 새정치민주연합 비상대책위원 등 이른바 ‘빅3’가 17일 국회에서 열린 비대위 회의에서 비대위원직 사퇴를 선언한 뒤 서로 손을 맞잡고 포즈를 취하고 있다. 왼쪽부터 문재인 정세균 비대위원, 문희상 비대위원장, 우윤근 원내대표, 박지원 비대위원. 김태형 선임기자
새정치민주연합의 ‘빅3’ 당권주자인 문재인 정세균 박지원 의원이 17일 비대위원직을 사퇴했다. 이들은 곧 ‘2·8전당대회’ 출마를 공식 선언할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나 친노(친노무현) 대 비노 구도, 올드보이 귀환 등을 비판하며 빅3 불출마 압박이 거세지고 있어 진통이 예상된다.

이날 당 대표 출마를 선언한 이인영 의원은 ‘리더십 교체’를 내걸며 사실상 빅3의 퇴진을 촉구했다. 출마를 고심 중인 김부겸 전 의원 역시 빅3 불출마론에 힘을 실었다.

◇도전장 낸 이인영, 빅3 구도 흔들릴까=문재인 정세균 박지원 의원이 동시에 비대위원직에서 물러난 것은 사실상 출마 선언으로 받아들여진다.

정 의원은 마지막 비대위 회의에서 “비대위원직 사퇴는 20년간 정치하면서 당에서 입은 은혜를 갚고 더 큰 봉사를 하기 위한 선택”이라고 밝혔고, 박 의원은 “정부여당의 실정을 가혹하게 비판했다”고 말했다. 문 의원은 “(전당대회를 통해) 당을 수리하는 것이 아니라 신제품으로 만들어야 한다”고 의지를 보였다.

그러나 계파 수장으로서 이들의 현실적 힘은 인정하지만 새 인물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많다. 이석현 국회부의장은 기자간담회를 열고 빅3 불출마론에 힘을 실었다. 이 부의장은 “지난 3개월 비대위원 3인이 특별히 한 게 없다”며 “컷오프 3인 한정은 다른 사람들의 당 대표 진출 기회를 사실상 막고 있다”고 비판했다.

486(40대·80년대 학번·60년대생)그룹 대표격인 이인영 의원이 당 대표 출마 선언을 한 것은 ‘세대교체론’을 통해 빅3 구도를 깨기 위한 시도로 볼 수 있다. 이 의원은 486그룹과 고(故) 김근태 계열인 민주평화국민연대, 더좋은 미래 등이 지지하고 있다. 일단 당내 진보세력을 규합한 모양새다.

그는 국회 정론관 기자회견에서 “계파의 보를 쌓고 연령의 댐을 막고 편견의 벽에 가로막힌 무기력한 리더십의 시대는 이제 끝나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 의원이 견고한 빅3의 벽을 깨고 컷오프를 통과한다면 세대 대결 양상으로 구도가 바뀔 수 있다는 관측이다. 그러나 486과 진보세력이 그동안 폭넓은 당내 지지를 얻는 데 실패했다는 점에서 얼마나 파괴력을 발휘할지는 미지수다.

◇불출마로 기운 김부겸, “조폭 싸움처럼 흐른다”=전당대회 다크호스로 거론되는 김부겸 전 의원은 “대전제는 불출마”라면서도 출마 여부 입장 표명을 보류했다. 김 전 의원은 여의도 한 카페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빅3 중심으로 짜인 구도와 친노·비노 대결을 막아보자는 변화에 찬물을 끼얹을 수 있으니 (불출마 선언을) 연기해 달라는 유인태 의원 등의 요청이 있었다”고 설명했다. 김 전 의원은 “어떤 분은 (전당대회 흐름이) 조폭 싸움이라고 한다”며 “이미 철저히 대의원들 줄 세우기에 들어갔다”고 빅3를 비판했다. 당내 비노 그룹에서는 김 전 의원을 문재인 의원의 대항마로 세워 전당대회 판을 새로 짜려는 시도를 해왔다. 그러나 김 전 의원이 불출마로 기운 만큼 새로운 방식의 합종연횡과 물밑작업이 이뤄질 전망이다.

다른 후보들도 판세를 저울질하고 있다. 추미애 조경태 의원은 출마 선언 카운트다운에 들어갔다. 비노 성향의 김영환 박주선 김동철 의원은 단일화를 추진하고 있다. ‘김부겸 지지’ 의사를 밝힐 뿐 침묵 중인 박영선 의원의 행보도 여전히 오리무중이다.

엄기영 최승욱 기자 eo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