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안한 책이다. 지적이지만 난해하지 않다. 술술 읽힌다. 86세 석학의 조언이라면 뻔하거나 지루할 수도 있는데 그렇지 않다. 솔직하고 용감하다. 자신이 보고 경험하고 사유한 이야기들만으로 책을 구성했다.젊은 과학도들에게는 지침서로 읽힐 수 있을 만큼 구체적이지만 모든 공부하는 사람들에게 과학과 공부의 세계를 알려주는 교양서로도 손색이 없다.
이 책을 주목하게 만드는 건 단연 저자 때문이다. 에드워드 윌슨이라면 다시 보게 된다. 개미연구자로 하버드대 생물학과 명예교수이며, 현존하는 가장 유명한 과학자 중 한 명으로 꼽힌다. 탁월한 과학저술가이기도 하다. 퓰리처상을 두 번이나 받았고, 최재천 국립생태원장이 번역한 ‘통섭’은 국내에서도 많이 읽혔다.
윌슨의 최신작인 이 책은 젊은 과학도에게 보내는 편지 20통을 수록하고 있다. “지금부터 나는 당신에게 과학이 무엇인지, 과학자의 삶은 어떤지 알려드리겠습니다”로 시작하는 이 책은 노 과학자가 자신의 60년 공부 경험을 통해 추출한 신뢰할만한 조언들을 들려준다.
과학과 과학자에 대한 오해를 깨트리는 얘기들이 많다. 윌슨에 따르면, 과학자에게 가장 중요한 건 열정이고 상상력이다. 수학은 좀 못 해도 괜찮다. 그는 좋은 과학은 몽상에서 비롯한 것이 많으니 시인처럼 생각하라고 말한다.
“이상적인 과학자는 먼저 시인처럼 생각하고 나중에야 회계사처럼 일합니다. 문학에서든 과학에서든 혁신가는 기본적으로 몽상가이자 이야기꾼이라는 사실을 명심하십시오.”
진로와 주제를 고민하는 젊은이들에겐 ‘새로운 길’을 선택하라고 권한다. 사람이 덜 붐비는 곳, 아직 기성 전문가들의 경쟁이 두드러지지 않는 주제를 찾고 사람들이 몰리는 방향에서 멀어지라는 것이다.
“총성이 들리는 방향에서 멀어지십시오. 멀찌감치 떨어진 곳에서 소동을 지켜보고, 그렇게 조금 떨어진 곳에서 자기 스스로가 소동을 일으킬 궁리를 하십시오.”
“그가 발견한 것은 …이다” “그는 …이라는 성공적인 이론의 개발에 기여했다” “그는 …과 같은 분야들을 처음 하나로 묶는 종합을 달성했다” 등 세 문장으로 과학자의 업적을 요약한 대목에선 거장의 풍모가 드러난다.
이 책을 통해 윌슨이 후세대에 전달하려는 것은 지침이라기보다 격려일지 모른다. 그는 “우리가 우주와 그 속에 든 모든 것을 불완전하게나마 이해하는 방법은 단 하나, 과학을 통하는 방법”이라며 공부의 길에서 회의하거나 힘들어하는 젊은이들에게 더 멀리 가라고, 세상은 당신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김남중 기자 njkim@kmib.co.kr
[책과 길] “이상적인 과학자는 먼저 시인처럼 생각합니다”
입력 2014-12-19 02: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