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에 잡히는 책] 미라부터 신용카드까지… 유물에 담긴 인류사

입력 2014-12-19 02:20

668년 신라가 삼국을 통일한 뒤 경주엔 토기 기와를 얹은 새 건물들이 들어섰다. 한국 전문가 제인 포털 박사는 “기와로 만든 지붕은 새로운 유행이었고 사회적 신분을 상징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국립중앙박물관장을 지낸 최광식 박사는 “옛것이지만 현재의 한국인들에게 어머니의 모습 같은 존재”라고 표현했다. 통일신라시대 토기 기와는 비를 막는 기능과 나쁜 기운을 물리치는 주술적 용도에서 나아가 시대를 반영했다.

토기 기와가 영국 대영박물관에 소장돼 있는 수많은 유물 중 100대 유물에 꼽힌 이유다. 닐 맥그리거 관장은 2006년부터 전문 큐레이터 100여명을 투입해 100대 유물을 선정하는 프로젝트를 4년간 진행했다. 그 내용은 2010년 BBC 라디오4를 통해 방송돼 전 세계 1250만명이 들었다. 그리고 이번에 책으로 나왔다. 유물은 석기시대 도구부터 신용카드까지 범위가 광범위하다. 연대순으로 엮어 인류 문명의 주요 흐름을 살피고 있다. 유물 안에 숨겨진 이야기를 들려주며 당시 시대상을 소개한다. 북아메리카의 사슴가죽 지도가 미국 독립전쟁의 역사를 조망하는 단초가 된다는 식이다. 유홍준 전 문화재청장은 “자체 소장품 100점을 갖고 펼쳐나간 세계사 이야기는 탁월한 세계 문화사”라고 극찬했다. 강미경 옮김.

서윤경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