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시대 외국어 가운데 오늘의 영어처럼 가장 많이 사용된 것은 중국의 한어(漢語·회화)였다. 외국어 교육은 주로 사역원이란 국가통역기관이 전담했다. 한어뿐만 아니라 몽골어 일본어 만주어 여진어 등 주변 민족의 언어도 가르쳤다. 전 세계 유례를 찾기 힘든 조기 외국어 교육은 조선시대부터 시작됐다. 집중적인 반복교육과 생생한 회화교육이 이뤄지고 끊임없이 교재를 수정 보완하기도 했다. 고려대 인문대학 명예교수로 재직 중인 저자는 오늘에 견주어도 전혀 손색없을 만큼 훌륭한 조선시대 외국어 교육의 모든 것을 생생하게 분석하고 정리했다. 사역원 역관은 공적인 업무 외에도 개인무역까지 알선했기 때문에 실용 중국어가 필요했다. 상인들도 마찬가지였다. 조선 초기 ‘노걸대’ ‘박통사’는 중국어 회화 교습서로 특별대우를 받았다. 여러 차례 수정판이 나오기도 했다. 몽골어 교육은 칭기즈칸이 고려를 침략한 때 국가적 사업으로 실시된 후 조선시대까지 이어졌다. 중국의 동북방을 여행하거나 교역할 때 몽골족이 많아 배워야 했다. 임진왜란 이후에는 일본어 교육이 강화됐다. 5세의 어린 나이에 왜학 생도방에 입학한 학생도 있었다. 각종 문헌을 일일이 찾아내 조선시대 외국어 교육 전모를 꼼꼼하게 정리한 저자의 30년 노고가 담긴 역작이다.
이광형 선임기자
[손에 잡히는 책] 외국어 조기교육, 조선시대에도 있었네
입력 2014-12-19 02: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