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부가 17일 발표한 사교육 감소 대책의 핵심은 대학수학능력시험과 연계되는 EBS 교재를 쉽게 만들어 학습량을 줄인다는 데 있다. 공부하는 양을 감축하면 사교육도 줄어들 것이라는 논리다.
하지만 단순히 학습량이 감소한다고 수험생 부담과 혼란이 줄어드는 건 아니다. 올해 ‘물수능’ 사태에서 보듯 ‘대입의 안정성’ ‘수험생의 학력’ ‘사교육비 억제’ 등을 모두 해치는 결과를 초래한다. 전문가들이 ‘단편적 사고’라고 지적하는 이유다.
◇‘사교육과의 전쟁’에서 연패=교육부가 이날 내놓은 사교육 통계는 연례행사처럼 발표해 왔던 사교육 대책의 효과가 없음을 보여준다. 우선 1인당 사교육비는 매년 늘고 있다. 2007년 28만8000원에서 지난해 34만7000원으로 증가했다. 사교육비 총액은 2012년 19조원에서 지난해 18조6000억원으로 약간 감소했지만 이는 학령인구가 감소해서다. 더구나 사교육비 총액은 교과목 위주로 산출하고 있어 최근 기승을 부리는 고액의 고입·대입 컨설팅 비용은 제대로 반영되지 않는다.
전문가들은 연패의 원인으로 ‘풍선효과’를 지목한다. 예를 들어 지난해 사교육 시장의 큰 비중을 차지하는 영어의 학습량을 줄인다는 취지로 도입한 ‘수능 영어 A/B형 선택제’는 불확실성을 높인다는 비난만 받았다. 결국 올해 수능에서 폐지됐다.
교육부가 영어 절대평가를 추진한다는 발표를 하자 수학과 국어 사교육 수요가 많아지기도 했다. 쉬운 영어에서 실수를 하지 않기 위해 사교육을 받는 학생도 등장했다. 올해 수능에서 수학까지 쉽게 나와 변별력을 잃자 이번에는 고액의 대입 컨설팅이 호황을 누리고 있다.
◇‘겉핥기 대책’으론 변화 없어=교육부도 ‘고착화된 대학 서열과 학벌주의’ ‘학력 간 임금격차’가 사교육의 근본 원인임을 알고 있다. 그렇지만 대책은 거의 내놓지 못했다. 교육부가 이번에 제시한 △대학 특성화를 통한 서열구조 완화 △선취업 후진학 확대 △학력을 대체하는 능력 인증체계 마련 등은 그동안 내놨던 정책의 재탕·삼탕일 뿐이다.
교육부는 학부모 인식을 개선하겠다고 했다. 전문가들은 대학 서열구조를 개선하려는 노력 없이는 ‘학벌의 위력’을 잘 아는 학부모들을 설득할 가능성은 높지 않다고 본다. 유치원으로까지 사교육과 학벌주의가 확산되는 상황에서 안일하고 틀에 박힌 대책이라는 비판도 나온다.
교육계 일각에서는 ‘국립대 통합 전형’ 등 보다 근본적 해법을 주문한다. 전국 국립대의 입시전형과 학점·학위를 공동으로 진행하자는 것이다. 서울대를 정점으로 한 대입 경쟁을 완화해보자는 취지다. 주로 진보성향의 교육감들 사이에서 이런 논의가 진행되고 있다. 대입 경쟁이 느슨해져야 초·중·고교 공교육도 정상화된다는 것이다.
현재 교육부도 대학 구조개혁을 추진하고 있다. 다만 맥락이 좀 다르다. 교육부의 구조개혁은 대학의 서열구조를 없애는 쪽보다는 학령인구 감소에 대응하기 위한 대학 정원 감축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이도경 기자 yido@kmib.co.kr
‘학습량 줄이면 사교육 줄것’ 안일한 발상… 실효성 의문
입력 2014-12-18 00:38 수정 2014-12-18 04: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