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유가 급락의 여파로 세계경제에 먹구름이 몰려오고 있다. 서방의 경제제재 강화와 유가 급락의 직격탄을 맞은 러시아는 경제가 휘청거리고 있고 신흥국들의 금융시장도 요동치고 있다. 러시아는 루블화 가치 하락을 막기 위해 16일 기준금리를 대폭 인상하며 극약 처방을 내렸지만 화폐 가치가 또다시 폭락해 금융시장이 공황 상태다. 외국자본 이탈이 가속화하고 외화 조달이 어려워지면서 러시아가 1998년 외환위기 때 선언했던 디폴트(채무상환 불이행)가 재현될 수 있다는 전망도 제기된다. 베네수엘라 브라질 인도네시아 터키 등의 화폐 가치도 폭락해 신흥국 경제위기로 번질 조짐이다.
세계 금융시장에 러시아발 한파가 몰아닥친 원인 가운데 하나는 거듭되는 유가 추락이다. 서부텍사스산 원유에 이어 두바이유와 브렌트유도 최근 배럴당 60달러 선이 무너졌다. 석유수출국기구(OPEC)가 감산 불가 방침을 고수하고 있어 저유가 상태는 한동안 계속될 전망이다. 유가 하락은 양날의 칼이다. 통상적으로는 원자재 등 각종 생산비용을 낮춰 세계경제에 호재가 된다. 하지만 이번에는 과거와 달리 부진의 늪에 빠져 있는 세계경제의 디플레이션 우려를 증폭시키는 등 불안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경제 체력이 약한 신흥국들의 주식·채권·외환시장이 흔들리는 이유다. 글로벌 증시도 그 여파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러시아에 대한 추가 제재 법안에 서명하기로 결정해 러시아로서는 설상가상이다. 러시아의 디폴트 가능성이 점점 커지고 있는 것이다. 원유 수출국인 베네수엘라의 경우 저유가 타격으로 1년 내 디폴트에 직면할 가능성이 97%에 이른다고 블룸버그 통신이 보도할 정도다. 세계경제의 불확실성이 고조되면서 90년대 말의 신흥국 외환위기가 재발하는 게 아니냐는 우려마저 나온다.
러시아발 금융위기가 한국경제에 미칠 파장도 걱정스럽다. 이에 대해 정부 당국은 국내 경제가 직접적인 영향을 받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한다. 이를 뒷받침하듯 현재 국내 증시와 환율은 크게 출렁이는 모습을 보이지 않고 있다. 하지만 긴장감을 늦춰서는 안 된다. 러시아발 위기가 국제 금융시장 전반으로 전이돼 시장 불안이 확산될 경우 우리 금융시장은 물론 실물경제에도 커다란 악재가 될 수 있다. 러시아의 경우 우리의 수출 비중이 높진 않지만 주요 수출품인 자동차와 화학, 전자 제품 등의 관련 업체들이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는 점을 유념해야 한다.
저유가 흐름도 국내 경제에 긍정적 측면만 있는 게 아니다. 유가가 하락하면 중장기적으로 기업의 생산비용이 절감되고 가계의 소비 여력이 늘어난다. 경상수지 흑자도 늘고 경제성장률도 올라갈 것이다. 그러나 부정적 효과도 있다. 지금 우리 경제는 저성장 저물가가 고착화되고 있는 실정이다. 유가 급락으로 물가가 계속 떨어지면 오히려 디플레이션 조짐이 심화될 수밖에 없다. 당국과 한국은행은 모니터링을 강화하고 최악의 경우에 대비해 국제 금융시장 상황을 예의주시해야 한다.
▶ 관련기사 보기◀
[사설] 원유가 하락은 호재로만 볼 수 없는 양날의 칼
입력 2014-12-18 02:37 수정 2014-12-18 09: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