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부, 국립대 총장 임용제청 잇단 거부 눈총… 대학 길들이기?

입력 2014-12-18 02:52
교육부가 국립대학들의 총장 임용제청을 잇따라 거부해 해당 대학들이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해당 대학들은 교육부가 국립대학 길들이기를 하는 게 아니냐며 불만을 터트리고 있다.

17일 경북대학교에 따르면 교육부는 지난 16일 경북대에 총장 임용제청 거부 공문을 보냈다. 공문에는 “교육공무원 인사위원회 심의를 거쳐 경북대가 추천한 총장 후보자에 대해 임용제청을 하지 않기로 했다. 조속한 시일 내에 총장 후보자를 재선정해 교육부로 추천해 달라”는 내용이 적혀 있었다.

학내 갈등까지 유발하며 어렵게 총장 재선거를 치렀던 경북대는 당혹감을 감추지 못했다. 경북대는 지난 6월 총장 선정 과정에서 절차 문제로 갈등을 빚어 총장 공석이라는 초유의 사태를 맞았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지난 10월 어렵게 재선거를 치러 김사열 자연과학대 생명과학부 교수와 김상동 자연과학대 수학과 교수를 각각 1·2순위 총장 후보자로 선정해 교육부에 추천했다. 하지만 교육부는 명확한 이유를 밝히지 않고 이를 거부했다. 결국 경북대는 총장을 뽑지 못한 채 해를 넘기게 됐다.

김사열 교수는 “명확한 이유를 밝히지도 않고 민주적 절차에 따른 후보를 거부한 것은 납득이 되지 않는다”며 “대학 자치권을 심각하게 훼손한 것은 물론 총장 선거에 참여한 지역사회 대표들의 의견도 무시한 처사”라고 말했다.

교육부의 총장 임명 거부는 처음이 아니다. 교육부는 앞서 한국방송통신대, 공주대, 한국체육대가 추천한 총장 후보에 대해서도 이유를 밝히지 않은 채 임용제청을 거부했다. 특히 공주대의 경우 총장 1순위 후보자가 교육부에 ‘총장 임용제청 거부 취소’ 행정소송을 제기해 원고 승소 판결까지 받았지만 교육부가 항소해 9개월 넘게 총장을 뽑지 못하고 있다.

총장 공석 사태를 맞은 해당 대학들은 학사운영 차질은 물론 대학 추진 사업도 제대로 진행하지 못하고 있다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대학내에선 교육부가 사법부의 판결까지 무시하며 국립대학 길들이기를 하고 있다는 불만이 나온다.

정민걸 공주대 교수회장은 “총장추천위원회에서 적법한 절차에 따라 선정한 두 후보를 교육부가 아무 이유없이 부적합 판정을 내린 것은 후보자에 대한 인격모독에 해당된다”며 “학문의 자유와 대학 자치권을 침해하는 중대한 사태”라고 밝혔다.

경북대 한 교수도 “교육부 행정 집행에는 합리적인 이유가 있어야 하는데 이번 결정은 대학을 혼란스럽게 하는 행위로 도무지 이해가 안 된다”라며 “퇴짜놓는 이유라도 말해주면 좋겠는데 아무 설명이 없으니 답답할 따름”이라고 말했다.

대구=최일영 기자, 전국종합 mc102@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