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中·러 북방의 복음화 밀알 되겠습니다”

입력 2014-12-18 02:23
동북아연해주신학교가 16일(현지시간) 러시아 우수리스크의 라즈돌리노예 학교 강당에서 개최한 제2회 졸업식에서 졸업생들이 동북아 복음화를 위해 기도하고 있다.

“주의 사역을 하고 싶었습니다. 이제 북한 동포들을 섬기려고 합니다.”

고려인인 김에브게니(34)씨는 16일(현지시간) 러시아 연해주 우수리스크 외곽의 라즈돌리노예에서 열린 ‘동북아연해주신학교 2회 졸업감사예배’에서 이같이 소감을 밝혔다.

그는 “성경을 더 알고 싶어 신학 공부에 매진했다. 이제 예수님이 왜 이 땅에 오셨는지 자신 있게 설명할 수 있다”고 힘주어 말했다. 김씨와 함께 졸업한 가이체브 세르게이(53)씨는 엔지니어로 일하다 소명을 받아 신학을 공부하게 됐다. 세르게이씨는 “고려인 동료와 함께 공부하며 확실하게 천국에 소망을 두게 돼 너무 기쁘다”며 환하게 웃었다.

㈔국제사랑재단(총재 김삼환 목사, 이사장 이승영 목사)과 20여 교회의 후원으로 북방선교 전초기지를 구축하기 위해 2010년 설립된 동북아연해주신학교는 지금까지 총 10여명이 교육과정을 수료했다. 이날은 5명의 졸업생을 배출했다.

졸업생들은 저마다 사연을 갖고 있었다. 병을 고치기 위해 하나님께 서원기도를 드렸다는 중년 가장, 10여년간 홀로 자녀를 키운 주부, 교회에 다닌다는 이유로 무슬림 가정에서 핍박을 받았던 미혼여성 등.

이들은 졸업까지 인도해 주신 하나님께 먼저 감사기도를 드렸다. 그리고 기독교 전파가 자유롭지 않은 북한과 중국, 러시아 복음화를 위해 한 알의 밀알이 될 것을 다짐했다.

“당신은 사랑받기 위해 태어난 사람….”

졸업생들은 재학생들이 ‘축복송’을 러시아어로 불러주자 눈시울을 붉혔다. 졸업생 한 사람, 한 사람에게 졸업증서를 수여한 학장 전영수(54·라즈돌리노예교회) 선교사의 눈가에도 이슬이 맺혔다. 올해로 선교사생활 25년차인 전 선교사는 복음전파에 열정을 품은 고려인과 러시아인을 선발해 전액 장학금과 생활비 등을 지원하면서 3년간 강도 높은 신학교육을 시켜왔다.

학생들은 매달 2주간 기숙생활을 하고 오전 9시부터 오후 9시까지 수업을 받는다. 매일 아침 경건회에 참석하고 성경 전체를 필사하는 것도 졸업 요건이다. 목회자 양육과정을 마친 이들은 러시아와 중국, 북한 접경 지역에 파송돼 복음을 전하게 된다.

현재 신학교에는 20여명의 현지인이 공부하고 있다. 전 선교사와 장현미(54) 사모는 신학교 외에도 중국에 30개, 러시아에 4개의 교회를 개척했다.

현재 연해주에는 약 5만명의 고려인들이 살고 있다. 이 지역의 개신교 복음화율은 1% 안팎이다. 러시아정교회나 이슬람교세가 강하다.

전 선교사는 “기독교세가 약한 연해주에 신학교가 설립되고 졸업생을 배출한 것 자체가 기적”이라며 “올해 고려인 이주 150주년을 맞아 연해주 교회들이 제2의 도약을 준비하고 있다”고 밝혔다. 졸업식에서 신학교를 후원 중인 남윤석 성광교회 목사는 설교를 통해 “먼저 그의 나라와 의를 구하고 기도와 말씀생활에 힘쓰면 반드시 주님께서 여러분과 함께 하실 것”이라고 말했다.

라즈돌리노예(러시아)=글·사진 유영대 기자 ydyo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