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방비 어린이 노린 ‘쉬운 타깃’ 테러 확산

입력 2014-12-18 03:06

전 세계적으로 여성과 어린이 등을 겨냥한 ‘쉬운 타깃(soft target)’ 테러와 공격이 확산되고 있다. 전쟁 중에도 여성과 아이, 임산부에 대해서만큼은 아량을 베푸는 게 불문율로 여겨졌지만, 극단적 세력들엔 오히려 ‘손쉬운 먹잇감’으로 악용되고 있다.

16일(현지시간) 파키스탄 북부 페샤와르의 학교 테러 사건으로 숨진 148명 가운데 132명이 어린 학생이었다. 테러를 저지른 파키스탄탈레반(TPP)은 “파키스탄 정부가 우리 가족과 여자들을 공격해 우리도 학교를 택했다”며 “그들이 고통을 느끼길 바란다”고 애초부터 어린이가 목표였음을 노골화했다.

학생을 노린 공격은 올 들어 부쩍 늘고 있는 추세다. 지난 11일에는 아프가니스탄의 탈레반 세력이 수도 카불의 프랑스문화원 산하 고교에서 자살폭탄 테러를 벌여 독일인 1명이 숨졌다. 지난달 10일에는 이슬람 테러단체인 보코하람이 나이지리아의 북동부 포티스쿰시의 한 고교 조회시간에 폭탄을 터뜨려 학생 48명이 숨졌다. 보코하람은 지난 4월 나이지리아 북부에서 여학생 276명을 납치해 전 세계를 경악케 했다.

‘이슬람국가(IS)’도 지난 7월 이후 시리아와 이라크의 비무슬림 여성과 10대 어린이들을 포로로 잡아 강제결혼, 인신매매 등을 자행해 왔다. 이슬람 테러단체들은 요즘 들어선 여성과 어린이를 자살폭탄 테러 수행자로도 적극 활용하고 있다. 이스라엘도 지난 8월 가자지구 포격 때 유엔학교 등에 포격을 가해 팔레스타인 어린이 수십명이 숨졌다.

어린이를 겨냥한 최악의 참사는 2004년 러시아 북오세티야공화국 베슬란 초등학교 인질사건이다. 체첸 분리주의 반군이 학생들을 인질로 삼아 진압과정에서 어린이 186명을 포함해 334명이 숨졌다.

무방비 상태의 어린이와 여성이 공격목표가 되고 있는 이유에 대해 미국 워싱턴포스트는 “힘이 떨어진 테러단체들이 테러를 성공시키기 쉬운 대상으로 여기기 때문”이라고 한 군사전문가를 인용해 보도했다. 아울러 여성과 어린이가 피해를 입으면 대중의 공포심리가 극대화되고 전 세계의 이목을 끌기도 쉽다. 또 다수가 좁은 공간에 모여 있어 큰 피해를 줄 수 있다는 점도 학교 등이 테러 목표가 되는 이유다. 워싱턴포스트는 아울러 이슬람 테러단체 등이 환자 치료나 의약품 배포를 방해해 소아마비에 걸리는 어린이가 증가하는 등 보건 및 구호활동에 대한 압박도 ‘쉬운 타깃’ 테러의 일환이라고 분석했다.

손병호 기자 bhson@kmib.co.kr